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게 ‘적당한’ 자숙 기간은 얼마일까. 사실상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지금까지 복귀한 연예인들의 사례를 따져봤을 때 대략적인 기간이 나오긴 하지만, 통계적인 수치일 뿐 이 역시 정답은 아니다. 대중적 관심으로 먹고사는 직업인 만큼, 국민의 정서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연예인의 복귀다.
최근에 슈퍼주니어 리더 이특은 멤버 려욱의 결혼식에서 뺑소니를 포함해 음주운전 적발만 두 차례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 멤버 강인을 두고 “활동보다 자숙을 더 길게 한 강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강인이를 용서해 달라. 자숙을 15년을 했다. 활동기간 5년에 자숙기간 15년을 겪고 있는 강인”이라며 “행복한 날이고 좋은 날이니까 안아주시고 사랑 주시고 강인이도 먹고 살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인을 대신해 대중에게 용서를 강요했다.
이특의 말대로 강인의 자숙기간이 물리적으로 ‘짧다’고 할 수 없다. 데뷔 5년차였던 2009년부터 사건 사고를 일으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폭행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입건됐고,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벌금 8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슈퍼주니어 활동에서 빠졌다. 이듬해엔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7년 후인 2016년에도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가로등을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재판을 통해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자숙기간은 스스로가 자처한 일이었다.
심지어 그 15년도 온전히 ‘자숙’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강인은 폭행 및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고 3년 만인 2012년 복귀했고, 2013년 열린 슈퍼주니어 단독 콘서트 투어 ‘슈퍼쇼5’와 에스엠타운 콘서트에도 참여했다. 이밖에도 멤버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은근슬쩍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팬들의 팀 퇴출 요구가 빗발치자 그가 자진 탈퇴를 발표한 건 2019년이었다.
강인을 옹호하는 이특의 발언은 같은 팀의 멤버였던 절친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동정과 선의의 발언이라는 점을 모르진 않는다. 그런데 이 모습에서 대중은 묘한 기시감이 든다. 관계성은 다르지만,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김호중을 두고 그의 일부 팬덤은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다” “용서해달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대중은 비뚤어진 ‘내식구 감싸기’가 오히려 아티스트를 망친다고 비판한다. 이특도 마찬가지다. 강인에 대한 ‘용서’를 대신 구하는 것보다 잘못을 꾸짖는 것이 오히려 친구를 위한 길일지도 모른다.
일명 ‘승리 단톡방’의 핵심 인물인 정준영이 최근 음악 관계자들과 만나거나 연락을 취해 프로듀서로의 활동 의지를 내비쳤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정 여론을 고려해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대신, 예명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호중이 음주 뺑소니 사건에 휘말린 상태에서도 콘서트를 강행하며 돈을 쓸어모으려 애썼던 것처럼, 각종 사건 사고에 휘말린 연예인들의 ‘돈벌이’ 행위를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그들 역시 대중에게 ‘면죄부’를 달라고 강요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숙에는 ‘물리적 기간’보다 ‘심리적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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