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쏟아내는 지상파들
예능으로 ‘팬덤’ 겨냥하는 국내 OTT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방송사들이 ‘예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2024 프로그램 라인업 설명회를 연 KBS는 6편의 새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 그중 예능만 5편이었다. AI와 가수의 대결을 담은 ‘싱크로유’,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MA1’, 소비 습관을 분석하는 경제 예능 ‘하이엔드 소금쟁이’ 등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예능프로그램 이 외에도 추후 더 많은 신작들이 제작을 앞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MBC도 ‘짠남자’, ‘강연자들’, ‘푹 쉬면 다행이야’ 등 파일럿, 스핀오프 예능을 부지런히 선보이며 정규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지난 설 연휴 선보인 ‘송스틸러’가 정규 편성이 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으며, 스핀오프로 방송돼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청소광’도 정규 편성을 확정해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초 시즌3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새 시즌도 올해 하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유재석이 MC로 활약 중인 ‘틈만 나면’과 박세리가 호스트로 나선 ‘세리네 밥집’을 새롭게 선보인 SBS는 마술 오디션 프로그램 ‘더 매직 스타’, MZ 점술가들의 연애 예능 ‘신들린 연애’, 오지 식문화를 탐구하는 ‘정글밥’,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리그’의 제작을 예고하는 등 지상파 3사 모두 5편 이상의 새 예능을 제작하며 시청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제작 편수가 줄어들어 위축된 드라마의 상황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현재 유일하게 KBS만이 월화드라마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초 MBC 수요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가 종영한 이후엔 지상파에서 수목드라마도 자취를 감췄다. 일일드라마를 제외하면, 금토 또는 토일 자리에서만 드라마가 방영되는 가운데, 드라마보다는 제작비 부담이 덜한 ‘예능’으로 그 아쉬움을 채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TV 플랫폼에서도 예능 1편에 회당 1억원 내외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편당 수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필요한 드라마와 비교하면 ‘부담이 덜하다’는 확고한 장점이 있다. 예능 PD들에 따르면 야외에서 촬영하는 버라이어티 또는 해외 촬영이 필수인 일부 예능들의 경우 억대의 회당 제작비가 들기도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토크로 재미를 선사하는 등의 영리한 전략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일부 OTT 플랫폼에서는 큰 제작비를 투입해 볼거리를 선사하는 예능도 없지 않다. 화려한 라인업이 돋보이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리즈는 회당 1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졌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 시즌1에도 약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시즌1 당시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까지 받은 만큼, 스케일을 키워 돌아온 시즌2에는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전해졌다. 제작비 규모가 남다른 OTT들까지 예능 제작에 뛰어들면서, 예능 콘텐츠들의 제작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 진 상황이다.
그러나 티빙, 웨이브 등 예능 콘텐츠로 부담을 덜고, 팬덤을 다지는 방향으로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전략적으로 글로벌 OTT 못지않은 의미를 남기는 행보가 더욱 눈에 띌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티빙은 드라마와 비슷한 비중으로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환승연애’ 시리즈를 비롯해 ‘여고추리반’ 시리즈, ‘크라임씬 리턴즈’ 등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는 히트작을 연이어 배출하며 ‘예능의 힘’을 입증 중이다. 드라마 ‘약한영웅 CLASS1’ 이후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지 않고 있는 웨이브는 최근 ‘더 커뮤니티: 사상검증구역’과 ‘연애남매’로 다시금 웨이브 오리지널을 향한 관심을 유발했다.
한 예능 제작사 관계자는 “예능 팬덤의 힘이 크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것 같다”고 최근 예능 제작이 활발해진 이유를 짚으며 “여기에 콘텐츠들의 제작비가 상승 중인 상황에서, 영리한 시도로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예능의 중요성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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