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같은 세상이 있다면 그 속에 들어가보고 싶어요. 보고 싶은 친구가 있어요. 외할머니도 보고 싶고요.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5일 개봉하는 ‘원더랜드'(제작 영화사 봄)는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작품. 영화의 제목이 가리키는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시켜 그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상통화 서비스이자 인공지능이 존재하는 가상현실이다.
탕웨이는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에 구현된 가상현실에 대해 호기심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원더랜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원더랜드 서비스를 통해 영원한 이별을 맞았던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탕웨이는 극중 시한부 판정을 받고 어린 딸을 위해 스스로를 인공지능으로 복원시키는 ‘싱글맘’ 바이리를 연기했다.
영화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내는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탕웨이의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을 건드린다. 감독으로부터 ‘인공지능이니까 감정을 과하게 표현하면 안 된다’는 주문을 받은 탕웨이는 “바이리를 연기하며 자꾸만 울컥해서 혼이 났다”고 돌이켰다.
‘원더랜드’는 ‘만추’ ‘헤어질 결심’ 이어 탕웨이의 세 번째 한국영화 출연 작품이다.
탕웨이가 ‘원더랜드’에 주연으로 출연했을 뿐 아니라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탕웨이는 “(김태용)감독님이 내 ‘직감’을 많이 믿는 편”이라고 자신을 ‘직감독’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원더랜드’에 출연하며 고민했던 지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탕웨이는 극중 엄마 역을 맡은 니나 파우와, 김 감독과 사이에서 2016년 얻은 딸을 언급했다.
니나 파우는 장쉐여우(장학우)와 주연한 ‘크로싱 헤네시’에서 탕웨이와 호흡을 맞췄던 홍콩 배우. 탕웨이가 김 감독에게 추천해 출연이 성사됐다. 니나 파우가 홍콩에서 유명한 배우인 데다가 지인이 영화에서 그를 보고 “탕웨이의 친어머니와 닮았다”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니나 파우가 한국에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원래 영국에 있었는데 팬데믹이어서 홍콩에서 촬영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나이도 있는데 영국에서 홍콩을 거쳐 한국까지 오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그는 “배우와 배우가 만나서 연기를 한다는 건 인연이 닿아야 하는 일”이라며 “연기할 때 (니나 파우의) 눈만 봐도 마음 속에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며 니나 파우와 만족스러웠던 호흡을 돌이켰다.
딸에 대한 고민은 여느 맞벌이 부부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아빠와 엄마가 모두 일을 하다 보니 탕웨이는 늘 홀로 있을 딸이 걱정됐다.
“감독님과 제가 동시에 일하면 우리 딸을 누가 돌볼까라는 걱정이 많았어요. 저희 부부가 준비를 많이 해서 촬영 기간 아이를 낯선 곳에 혼자 있게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일주일 정도 아이가 낯선 사람과 있어야 했죠.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이에게 미안해요.”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과 ‘만추’ 이후 13년 만에 영화 동료로 다시 만난 작품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앞서 언론배급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김태용 감독의) 체중이 변했다”며 너스레를 놓은 탕웨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독의 변화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들려줬다.
“감독님이 예전에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만 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것에 대한 가능성을 따라 가는 것 같아요. 그것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것을 두려하지 않게 됐어요. 감독님이 보고 싶고 가고 싶어하는 땅을 아직 다 파내지 않았어요. 그래서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뭘까, 다음 길은 어떤 단계로 갈까 저 역시 궁금하고 기다려져요.”
탕웨이 인터뷰에는 현장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진도 많은데, 50분이라는 시간 안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간 질문과 답변을 통역하며 주고받아야 하다 보니 질문 하나 건네기 힘든 상황이 생기며 탕웨이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탕웨이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중국배우’라는 말에 고마워하며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제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났다는 거예요. 작품이 있어서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어요. 배우들은 작품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가진 경험과 에너지를 흡수하면서 성장하기도 해요. 앞으로도 많은 우수한 영화인들과 작업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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