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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감추고 싶어하는 ‘바이리'(탕웨이)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에 가입한다. 스튜어디스 ‘정인'(수지)은 식물인간인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우주인으로 바꾼 ‘원더랜드’에 만족해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원더랜드’의 시스템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책임자 ‘해리'(정유미) 역시 돌아가신 부모님과 ‘원더랜드’를 통해 매일 안부를 주고받고, ‘해리’를 돕는 신입 직원 ‘현수'(최우식)는 서비스 가입을 의뢰한 한 중년 남성(최무성)의 젊었을 적 사진에서 어머니를 발견한 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친아버지가 아닐까 고민한다. 어느 날 ‘태주’는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지만, 막상 ‘정인’은 기뻐하기보다 진짜 ‘태주’와 서비스 속 ‘태주’ 사이에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 세계를 누비는 고고학자로 되살아난 ‘바이리’는 일에만 치여 살던 예전과 달리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던 와중에 친정 어머니의 결심으로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를 맞이하는데….
5일 개봉하는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배우 탕웨이 부부가 ‘만추’ 이후 무려 13년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만추’로 인연을 맺어 2014년 결혼한 이들은 여덟살 딸과 함께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탕웨이가 연기하는 극중 캐릭터 ‘바이리’에서 실제 탕웨이의 모습이 묻어난다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2020년 4월 촬영 시작부터 종료까지 1년여가 걸린 이 영화는 코로나19와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으로 개봉이 미뤄지는 과정에서 가상현실로 죽은 가족과 남은 가족의 상봉을 다룬 MBC 가상현실(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와 소재의 유사성 여부를 두고 한때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 차이점이 분명하게 느껴지겠지만 ‘너를 만났다’가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산 자들의 절절한 마음에 초점을 맞췄다면, ‘원더랜드’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유한한 삶과 살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므로, ‘비슷하다’ ‘비슷하지 않다’를 굳이 따질 필요는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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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다소 심오하다 보니 ‘톤 앤 매너’가 지나치게 무겁고 딱딱하지 않을까 미리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기교보다 기본에 충실한 연출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킨다. 오프닝에서 ‘바이리’의 입을 통해 낯선 설정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도운 뒤,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잔잔한 전개와 툭툭 던지는 유머로 보는 이들의 감정 이입을 재촉하지 않는 대신 서서히 유도한다.
연출과 더불어 탕웨이 등 주요 출연진의 절제된 열연은 ‘원더랜드’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려, 구닥다리 신파 멜로 대신 시적인 느낌을 지닌 유럽산 SF수작의 길로 이끈다. 특히 탕웨이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파트너 없이 홀로 연기하다시피 하는데, 그럼에도 박보검-수지 커플을 능가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렇다면 박보검-수지 커플은? 외견상으로 의류 CF의 한 장면마냥 감각적으로 보이는데는 성공했으나, 두 인물 모두 행동의 당위성이 조금 부족해 ‘얘네들 왜 그러지?’란 질문을 부추긴다.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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