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그때(영화 ‘시절인연’)는 포지션만 엄마지, 현실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과는 책임감이 다르다” 배우 탕웨이가 새 영화 ‘원더랜드’를 통한 10년만의 새로운 엄마역할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원더랜드’에 출연한 배우 탕웨이와 만났다.
‘원더랜드'(제작 영화사 봄, 6월5일 개봉)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소중한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탕웨이와 박보검, 수지, 정유미, 최우식 등이 출연한다.
탕웨이는 뜻하지 않은 죽음을 앞두고 사후 자신을 인공지능으로 복원시킨 ‘워킹맘’ 바이리로 분한다. 생전의 바쁜 ‘워킹맘’ 면모와는 다른 ‘친구 같은 엄마’ 타입의 인공지능 면모와 함께, 엄마와 딸을 향한 소통에서 의문의 딜레마를 겪는 모습을 표현한다.
이러한 모습은 ‘시절인연(2014년)’ 이후 10년만의 엄마 역할로서의 성숙한 면모와 함께, 태주(박보검 분)-정인(수지 분)의 연인케미와는 또 다른 현실엄마로서의 새로운 감성들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할 것으로 보인다.
탕웨이는 인터뷰 동안 자유로우면서도 다정한 현실면모를 드러내며, ‘원더랜드’에서의 연기매력을 되짚었다.
-개봉 앞둔 소감?
▲얼마 안남아서 긴장도 기대도 되고, 설렌다. 개인적으로는 김태용 감독 특유의 따뜻함과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서 너무 좋았다.
-2016년부터 쓰인 시나리오, 어떠한 지점이 마음에 들었나?
▲처음 작성된 시나리오에서 세상과 기술발전에 따라 변화된 지점들이 점점 반영됐다. 인생의 경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변화시키는 김태용감독 답게 그 변화폭 또한 꽤 컸다.
-바이리 역의 해석?
▲감독님의 설정대로 했다(웃음). 현실 바이리에서 원더랜드 AI로 접어들 때 슬픔도 미안함도 없는 완벽한 긍정면모로 갔으리라 생각하고 접근했다.
물론 편집된 장면 가운데서 엔딩신에서의 감정기복이 있는데, 그를 감안하면 직감에 따라 성격이 변해가는 인공지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두렵다고 생각했었는데, 바이리 연기와 함께 그조차도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으리라 느껴졌다.
-바이리의 서사는 어머니와 딸을 더한 모녀서사다. 실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나?
▲친엄마와의 관계가 많이 떠올랐다. ‘크로싱 헤네시(2010년)’으로 만난 니나 파우 배우가 팬데믹 격리와 함께 42일만에 입국해서 촬영했는데, 그 우여곡절 가운데서도 섭외하기 잘했다 싶더라.
실제 주변에서는 배우출신인 제 어머니와 선량하고 발랄한 분위기에서 많이 닮았다고들 이야기하더라.
-시절인연에 이은 또 한 번의 엄마역할, 당시와 비교해보자면?
▲지금 보면 그때는 엄마가 아니었다(웃음). 포지션만 엄마지, 지금 보면 현실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아역배우와 대화할 때의 화법 자체는 별 차이가 없지만, 그들의 예민한 감정선 측면을 캐치하고 함께 호흡하겠다는 마음가짐에서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연기가 꽤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몰입했나?
▲사실 어려움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오디션으로 마주한 딸 역할의 배우 또한 연기를 위한 연기없이 ‘탕웨이 마마’라고 부르며 안길 정도로 상대를 믿고 따르는 선량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 니나 파우 배우는 특유의 포용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몰입이 됐다.
-탕웨이가 꼽는 인상적인 장면?
▲우선 태주(박보검 분)-정인(수지 분)이 노래하는 장면. 누가봐도 판타지스럽지만, 그 판타지가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느낌이었다.
또 해리(정유미 분)과 현수(최우식 분)이 인공지능 부모와 식사하는 장면은 흐름 하나하나가 디테일해서 기억난다.
-현재까지 탕웨이의 연기를 돌아보면 어떤가?
▲배우는 생활을 통해 더 지혜로워지고 관대해진다. 그것들이 감독님과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통해 또 한 번 변화하게 된다.
그렇게 한걸음한걸음 지금에 와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홍콩과 한국의 촬영장 차이가 있나?
▲지역보다는 감독님의 성향에 크게 나뉜다. 배우가 바라는 현장은 본인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감독님 아래 배우가 자유로움을 발휘할 수 있는 즐거운 공간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장과 함께, 내 안의 습관들을 완전히 덜어내고 하나하나 쌓아나가고 있는데 그것이 재밌다.
-실제 탕웨이-김태용 감독의 가족은?
▲현실 저와 딸의 관계는 영화 속 바이리-바이지아 관계와 비슷하다. 김태용 감독은 탐구심 많은 남자아이 같은 감독이자, 딸바보의 극치다(웃음).
그러한 모습이 ‘원더랜드’ 속에도 스며있다. 특유의 따뜻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있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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