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활용해 완성되는 다양한 인간들의 사랑을 확인해보셨으면 한다” 김태용 영화감독이 13년만의 신작 ‘원더랜드’와 함께 대중을 향한 새로운 사랑이야기를 건넨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원더랜드’의 연출자인 김태용 감독과 만났다.
‘원더랜드'(제작 영화사 봄, 6월5일 개봉)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인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만추’ 이후 13년만에 아내 탕웨이와 호흡하는 두 번째 작품이자, 박보검·수지·정유미·최우식 등 대세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성을 띠고 있다.
또한 최근 ‘버추얼 아티스트’나 SNS 인플루언서 등이 화제인물로 떠오르는 현 시점에서 인간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과 연인 등에 비쳐진 인공지능 이야기를 조명하는 작품으로서, 업계 내외에 신선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태용 감독은 인터뷰 동안 차분한 호흡과 함께, ‘원더랜드’에 담은 근미래적 상상과 자신의 생활감성들을 이야기했다.
-시나리오 집필?
▲인공지능 기술의 체감도가 크지 않았던 2016년에 처음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계를 진짜 사람이 사는 듯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컸다.
글을 써가면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대한 생각과 진짜-가짜가 혼동되는 세계에서의 인간 내면의 이야기들을 점점 고민하고 풀어냈다.
-실제 관련 학자들과의 교류를 했던 것으로 안다. 영화에서 가다듬어진 부분은?
▲뇌과학자이자 인공지능 학자인 김재식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근간이라 할 인간의 뇌구조와 함께 사고과정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발전상과 함께, 인간적인 감정과 관계들을 돌아보게 됐다. 특히 기계 스스로의 감정표현이 아닌 그를 마주하는 인간의 교감욕구들을 가늠했다.
대표적으로 바이리로 대표되는 엄마와의 딸 관계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간을 모방하면서 발전하는 과정들과 함께 그에 따른 인간의 감정들을 떠올릴 수 있다.
-해리(정유미 분)는 현실인물인 현수(최우식 분)를 가상부모에게 남친으로 소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감정이라 할 수 있나?
▲맞다. 해리 캐릭터는 ‘원더랜드’의 운영자이자 오랫동안 인공지능을 활용해온 인물로, 가상인격을 가족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설정이다. 그 때문에 인공지능 캐릭터의 말들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현수를 남친으로 소개하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주요 인물과 해리 등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각자 사연을 인공지능화했을 때의 면모와 그 감정선들을 만나볼 수 있는 지점이 재밌다고 생각했고, 그 현실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에서 그러한 장면도 들어가있다.
-최근 ‘버추얼 아티스트’ 인기와 비슷한 결의 이미지로도 연상된다.
▲그럴 수 있다. 최근 SNS 기반의 소통에 있어서, 그 플랫폼이나 인물의 실체보다 소통의 재미나 감정이 주목된다.
그렇게 가상공간 안에서 실제를 쌓아가면서, 가상과 실제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이 ‘원더랜드’의 분위기와도 일치점이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그를 이룰 수 있는 동력은?
▲촬영 현장에서도 긍부정이 반반이었고, 저 역시도 고민한 부분이다. 다만 한 가지, 그러한 모습들을 따뜻하게 보자는 감정은 갖고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통한 인간사회의 연결들이 점점 상향화될 것인데, 그것이 마냥 낙원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스토피아 처럼 접근하기 보다 그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는 것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탕웨이·수지·박보검·정유미·최우식 등 캐스트에 따른 책임감은?
▲탕웨이는 처음 시나리오 쓸 때 소통한 것을 제외하고 출연의사는 물어보지 않았다. 뭔가 스타성에 집중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면서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대표님이 지지해주셨기로 캐스팅을 하게 됐다. 또한 다른 배우들의 캐스트는 각 케이스가 주목받을 수 있는 캐스트를 염두에 두고서 균일화시켰다.
그러다보니 최종적으로는 케이스의 다양성과 함께 관객 입장에서 기대감을 줄만한 캐스트가 됐다.
-탕웨이 연기분과 함께, 박보검(태주 역)-수지(정인 역)의 장면들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에피소드는?
▲사실 탕웨이 보다 박보검-수지 두 배우들의 장면에 신경을 좀 더 썼다. 처음 호흡하는 배우들이자, 스마트폰을 보고 표현해야 하는 역대급 난이도와 디테일의 연기였기에 더욱 신중했다.
다른 공간배경의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박보검-수지 두 배우들이 서로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해주면서 이들의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됐다.
-옴니버스 타입에 어울리는 작품이라고도 생각되는데, 관련 고려는 없었나?
▲물론 고민했지만, 하나씩 뜯어보기 보다는 인공지능 프레임으로 엮여진 연결고리들과 시너지가 궁금했다.
바이리의 딸 바이지아가 성장했을 때 해리처럼 될 것이고, 현실 태주와 ‘원더랜드’ 태주의 대면에서 오는 시너지 또한 특별하리라 생각했다.
-‘원더랜드’에서의 핵심메시지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기술발전보다 그가 내 삶에 미칠 영향이다. 인공지능으로 구현된 그리운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의 사람과 그 감정, 즉 ‘인공지능을 활용해 완성되는 다양한 사랑’을 확인해보셨으면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