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설계자’ 결말이요? 시나리오 상은 조금 더 열린 결말이었어요. 지금 결말은 좀 더, 한 번 더 꼬아서 간 거죠. 제작진과 감독님의 판단이었죠. 옵션이 있긴 했어요. 조금 더 정확히 갈지, 열린 결말로 갈지. 지금 버전이 더 좋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강동원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 개봉을 앞두고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강동원)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 2009년 개봉한 정 바오루이 감독의 홍콩 영화 ‘엑시던트’를 원작으로 한다. 강동원은 극 중 조작된 사고 현장에 늘 존재하는 설계자 영일 역을 맡았다. 영일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력, 한 치의 오차 없는 철저한 플랜으로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하게 조작하는 인물이다.
이날 강동원은 ‘설계자’를 본 소감을 묻자 “재밌게 봤다. 생각보다 재밌더라. 만든 사람들은 늘 긴장하고 보지 않나. 그런데 괜찮았다. 재밌게 봤다. 늘 편집본을 처음 보고 음악이 들어간 뒤에 본다. 늘 음악이 없이 보면 사운드도 없으니까 되게 심심하다. 어제 처음으로 사운드랑 CG가 다 된 걸 처음 보니까 재밌게 봤다”며 말했다.
“‘설계자’는 액션 같은 게 거의 없어요. 보통 이런 장르면 액션이 되게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액션이 많이 없으면서 액션 영화 같은 느낌도 있어요. 그리고 일단 살인청부받은걸 사고사로 위장한다는 소재 자체가 되게 신선했어요. 한 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강동원은 자신이 맡은 영일에 대해 “정말 기업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CEO 같은. 실제로도 삼광보안 CEO이기도 하다. 좀 약간 소시오패스 같은 성향이 있는”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설계자’에서 내 표정들이 되게 좋더라. 우리끼리도 한 이야기인데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얼굴도 생겼구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좋게 봤다. 아쉬운 점이야 늘 있지만 많이 성장한 지점도 보이더라”라고 짚었다.
‘설계자’에서 영일은 많은 것을 지켜본다. 강동원의 말처럼 액션은 많이 없다. ‘설계자’만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강동원 또한 답답함을 느꼈다.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해서도 안되며, 욕심을 버려야 했다. 강동원은 ‘무언가’를 하려 하기도 정확한 마음속 대사를 짚으려 했다. 마음속으로 대사를 계속하며 그 심리 상태가 되려 애썼다.
그렇게 배우로서 욕심을 버리며 탄생한 캐릭터가 ‘영일’이었다. 강동원은 “여기서 표현을 더 하고 싶은데 더 하면 캐릭터가 이상해진다. 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니까. 배우로서는 좀 더 화를 내고 싶기도 하지만 그 캐릭터가 이상해지지 않나. 맹렬한 캐릭터가 안되니까. 갑자기 쉽게 감정 기복이 있는 캐릭터로 바뀌어 버릴 수도 있다”라고 자신이 버린 욕심 중 하나를 꼽기도 했다.
강동원은 ‘설계자’와 영일을 통해 기본에 충실하려 했다. 그는 “연기할 때 몸이 굳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대사가 없을 때다. 그럴 때 보면 호흡을 멈춘다거나 사람이 놀랄 때 호흡이 ‘허’하고 드러나는데 이 호흡을 안 하고 그냥 놀라기도 한다. 그러면 되게 딱딱해진다. 그런 정도의 기본 적인 것에 충실하려 했다. 정확한 생각이 없으면 그 호흡이 안 들어온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사 없이 카메라 앞에, 특히 클로즈업을 찍을 때 가만히 있는 게 진짜 힘들다. 그런데 어쨌든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알고 촬영에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처음부터 ‘호흡을 까먹지 말고 정확히 대사를 짚자’ 마음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되뇌면서 연기를 했다. 그게 또 되게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 특성상 클로즈업도 많고 그럴 수밖에 없는데 좀 덜 지루했던 것 같다”라고 기본에 충실하며 얻은 깨달음을 전했다.
“속으로 치고 있는 대사요? 이를테면 제가 (이) 현욱 이를 의심하면서 처음 딱 마주쳤을 때 대사가 거의 없잖아요. 현욱이가 막 대사를 하면 제가 혼자 가만히 있는데 그때 또 마음속으로 계속 대사를 하는 거예요. ‘저 자식이야, 저 자식, 저 자식이 범인이다. 아닌가, 맞나. 저 자식이 아닌가’ 이렇게요 (웃음).”
기본에 충실한다는 건 언뜻 당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새삼스레 다시 떠올리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2003년 데뷔해 어느덧 21년 차 배우가 된 강동원이 새삼 ‘기본’을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나도 이제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어떤 때가 좋았고, 어떤 때가 안 좋았는지 데이터가 쌓인다. 결국 좋았을 때는 정확히 호흡하고, 정확히 생각을 했을 때”라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물론 영화라는 게 늘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나는 100%를 했다고 해도 화면에 그렇게 담기지 않을 때도 있고, 내가 전혀 안 한 것 같은데 화면에 그렇게 담길 때도 있다. 뭐가 정답인지 알 수는 없다. 어쨌든 이번에는 최대한 기본에 충실해봤다”며 담담히 덧붙였다.
강동원의 최근 필모그래피를 두고 네티즌들은 ‘덕후픽’이라고 이야기한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중개인'(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반도'(감독 연상호) 등 장르물이 많고 그 색이 짙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원래 거의 다 장르물을 많이 하긴 했다. 내가 좀 장르물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일상에서 일어날만한 이야기에 별 관심이 많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가끔 시나리오 쓰는 것도 다 판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같이 일하는 친구랑 이야기를 해도 완전 반대다. 나는 그 친구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뭐가 재밌다는 거야’ 한다. 내가 판타지 이야기를 하면 걔는 ‘그게 말이 돼?’ 이런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뉴스에서도 맨날 보고 들으니까 재미가 없다”라며 “현실에 없을 법한 이야기들, 현실에 없을 법하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과장되고 극대화된 스토리에 끌린다. 연기하기에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검은 사제들’도 그래서 했고 ‘천박사’, ‘전우치’도 그래서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강동원의 ‘멜로’를 보기는 어려울까. 멜로 장르에 대한 관심을 묻자 강동원은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면 늘 관심이 있다. 그런데 멜로가 생각보다 좋은 시나리오를 뽑기 쉽지가 않다. 같이 기획하는 친구도 멜로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서 써서 보냈다. ‘잘해봐, 난 잘 모르겠다. 잘해봐’라고 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잡다한 것을 많이 알고, 뉴스를 많이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고, 한 번씩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풀어낸다. 강동원은 스스로를 그렇게 말했다. 그런 강동원인만큼 실제 시나리오를 쓰고 있기도 하다. 그는 “시놉시스만 쓰고 콘셉트만 잡고 있다”며 영화화나 본인의 출연에 대해 묻자 “계획은 하고 있다. 계획은”이라고 답했다.
“맞아요. 꽤 오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제작사가 이제, 제대로 시작한 건 작년부터고요.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진짜 작년부터라. 재작년부터 준비해서 작년부터 시작했고 아마 내년부터 촬영이 들어갈 것 같아요. 아마.”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인터뷰의 마지막은 ‘설계자’를 선택한, 혹은 선택할 관객들에게 돌아갔다. 강동원은 “극장에 다시 많이 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우리 영화 또 조금 신선한 영화인데 관객들이 보시고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한번 극장 찾아서 우리를 봐주시면 너무너무 감사할 것 같다”라고 당부하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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