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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지키고 손발 묶인 민희진 대표, “하이브, 타협점 찾자” 화해 제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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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 연합뉴스)

[스포츠W 임재훈 기자]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대표 자리를 지켰지만 측근 이사진을 잃어 손발이 묶이게 된 민희진 어도어(그룹 뉴진스의 소속사이자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대표가 하이브에 “타협점을 찾자’며 화해 카드를 내밀었다. 

민 대표는 지난 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 보이밴드가 5년 혹은 7년 만에 낼 성과를 나는 2년 만에 냈다”며 “그런 성과를 낸 자회사 사장에게 배신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하이브와 타협점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펀치를 한 대씩 주고받았으니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삐지지 말자”고 제안했다.

민 대표는 특히 “경업금지 독소조항만 없어지면 제가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포기하면 된다”며 “주주 간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든 상관없다. 빨리 만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전날인 30일 “현재까지 제출된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하이브가 주장하는 (민 대표) 해임 사유나 사임 사유가 충분히 소명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며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총 개최가 임박해 민 대표가 본안 소송으로 권리 구제를 받기 어려운 점, 잔여기간 동안 어도어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손해는 사후적인 금전 배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가처분 신청 인용의 배경을 설명했다.

민 대표는 “(첫 기자회견 이후) 한 달이 넘은 것 같은데 인생에서 다시 없었으면 좋겠는 힘든 일이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누명을 벗었기에 홀가분한 것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큰 짐을 내려놨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거나,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 지분을 팔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는 의혹에 대해는 “분명하다”는 표현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누명을 벗었다는 민 대표의 주장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민 대표는 또 “누구를 위한 분쟁인지 모르겠고, 무얼 얻기 위한 분쟁인지도 모르겠다”며 “누구를 힐난하고 비방하고가 지겹다. 모든 사람이 신물이 나 있다”고 토로하면서 “법적으로도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아니라고 한 상황에서 이런 부분이 더 건설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모두를 위해서 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권의 독립적 지배를 위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 구체적인 실행으로 발전됐다고 보기 어렵고, 민 대표의 일련의 행태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는 될 수 있어도 법적인 책임이 수반되는 ‘배임’ 행위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본안 소송을 통해 그의 배임 행위 여부에 대한 좀더 면밀한 조사와 소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지 배임 행위가 없었다고 확정지은 것은 아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민 대표는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유임됐으나,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한 하이브는 민 대표 측 사내이사인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를 해임하고, 자사 내부 임원인 김주영 CHRO(최고인사책임자), 이재상 CSO(최고전략책임자), 이경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새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어도어의 경영상 의사 결정에 있어 민 대표는 하이브 측 이사진의 협조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 대표는 새 사내이사들이 어도어 경영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렇게 되면 그분들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되는 것이라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 판단은 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그가 현재 배임 혐의로 하이브로부터 형사고발된 피의자 신분이고, 하이브가 법원의 가처분 인용 이후 추가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볼 때 민 대표의 앞날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민 대표에 대한 주총에서의 해임은 무산됐지만 이사회를 어도어 측에서 장악함에 따라 민 대표를 이사회에서 해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민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어도어 이사회는 민희진 대표 1인 하이브 측 이사 세 분으로 구성이 됐다. 저희가 걱정하는 건 이사회가 그렇게 되다 보니 하이브가 어떤 조치나 행위를 할 지 모르지만 여전히 민희진 대표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기 때문에 이사회의 결의만 있으면 이사회에서 해임될 수 있다. 법원의 결정 취지가 이사로서의 해임 사유가 없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그걸 존중한다면 법적으로 이사들의 의결권 행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저희가 불안한 상황에 있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이브 쪽 이사들이 대거 선임됐기 때문에 이사회가 소집될 수 있다. 하이브 측 이사들이 대표이사 해임건을 올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통지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도어가 이시회를 개최하면 걱정이 된다. 기자회견을 처음 열 때 말씀드리고 싶은게 주주간 계약을 지키라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그래서 이사들로 하여금 민희진 대표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이브가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법원의 가처분 인용에도 불구하고 민 대표는 주총이라는 다소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자리가 아닌 민 대표 본인을 포함한 단 4명의 이사진의 회의에서 결의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이같은 위기 상황에 놓인 민 대표가 향후 뉴진스의 활동에 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대주주이자 모회사인 하이브에 화해 제스쳐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명분은 하이브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하자는 것. 

민 대표는 “(주식을) 1주만 사도 주주다. 주주는 곧 대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전이 걸려있기 때문에 더 절박한 문제가 된다. 주주를 생각해서 이런 얘길 하는 거다. 누군가에게 불확실성, 리스크를 계속 가져가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의구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를 향해 “저희(어도어)를 건드리지 않으면 저희는 조용히 할 일을 해서 이익을 낼거고, 그게 주주 환원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이번 갈등이 촉발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약 1조원이 증발했고, 하이브 주주들은 양 측의 분쟁이 장기화 되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각종 주식관련 커뮤니티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갈등의 한 축인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화해의 제안을 했음에도 하이브의 주가는 전날보다 약 2% 빠졌다. 
민 대표의 화해 제스쳐에도 불구하고 하이브가 민 대표 축출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을 여전히 더 높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현상이다. 

[저작권자ⓒ 스포츠W(Sports 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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