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애국주의→타 문화 흠집내기로
팬데믹 사태 장기화로 인해 중국 콘텐츠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 시기에 영화관 상영 및 콘텐츠 제작 전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격한 통제가 맞물리면서 업계는 고비 상황을 맞이했다. 이 같은 악영향 속에서도 난관을 뚫고 대박을 터뜨리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이 존재했다.
지난 2021년 9월에 개봉한 영화 ‘장진호'(长津湖)는 6·25 전쟁의 장진호 전투를 중국 공산당 숭전사(勝戰史)의 시각에서 풀어낸 영화로 박스오피스 57억 위안을 벌어들이며 중국 영화 시장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더우반 평점 7.4 점이라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으며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대립각을 세우는 환경이 조성되자 6·25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2020년을 전후로 항미원조 구호를 대대적으로 부각해 왔다. 이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이 시기에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춘절 시즌 개봉한 ‘만강홍'(满江红)은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작품으로, 이틀 만에 5억 위안을 휩쓸더니, 45억 위안이라는 수입을 올리며 역대 박스오피스 6위에 올랐다. ‘민감홍’은 금나라의 침입에 맞서는 남송의 장군 악비가 애국의 마음을 담아 쓴 것으로 알려진 만강호의 서사를 사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으로 대중적인 사극 영화는 지난해 춘절 속 신드롬 주인공이 됐다. 이 작품의 성공 요소는 중국 관객들의 애국주의 감성을 고조시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시기 개봉한 영화 ‘유랑지구2’도 ‘만강홍’보다는 활약하지 못했지만, 40억 위안 이상의 수익을 거둬 역대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19년 춘절에 개봉한 중국 최초의 우주 재난 SF 블록버스터로 속편이다. 줄거리는 태양의 팽창으로 멸망 위기에 놓인 지구를 중국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과거에 비해 완성도가 높아진 CG 기술력을 보여주고 중국 영화 시장이 보여준 자본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조한 중국영화 내 특유의 사회주의 혁명을 주제로 만들어졌다.
한중콘텐츠연구소는 “문화산업을 사회 안정과 대중 선전을 위해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문화 정책 기조는 지난 코로나 19 시기 콘텐츠 흐름을 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소시민의 일상, 가족에 대한 이야기, 직장 생활 등 평범한 보통의 삶을 조명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콘텐츠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영화는 주로 전쟁이나 영웅적 인물의 실화를 다룬 작품들이 개봉해 애국심을 고취하는 한편 흥행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사회주의를 다루는 콘텐츠는 다방면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콘텐츠의 퀄리티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젊은 세대를 포함한 광범위한 대중에게 점점 더 거부감 없이 다가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의 애국주의 콘텐츠는 자국 내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사회적 통합과 정치적 안정을 도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콘텐츠들로 괄목할 만한 성과와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배타적 민족주의를 주의할 필요를 크게 못 느끼는 셈이다. 이 같은 사상은 타 국가 문화에 대한 강탈 주장이나 흠집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애국주의 강조 콘텐츠는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하며, 외국 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외국 대중문화가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자국 문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그러면서 외부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한국 드라마, 영화가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모방하거나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안정과 통제를 위해서 타 문화 흠집 내기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정책에 대한 긍정적이 시각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외국문화 비판을 통해 사회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문화적 충돌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맥락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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