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공정이 문화공정으로
황당한 주장 이어 억지 흠집내기도
중국 네티즌의 한국에 대한 문화 강탈의 수위가 높아지고,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김치와 갓, 한옥, 한복 등을 중국 전통문화라고 우기는 데 이어 손흥민 선수, 김연아 선수나 윤동주 시인도 중국 출신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뱉어내고 있다. 중국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중화사상을 통해 문화적 우수성을 강조해 왔고 대중문화에도 반영해 왔다. 자국 콘텐츠뿐만 아니라 케이팝(K-POP), 드라마, 영화 등 우리나라 콘텐츠가 자신들을 모방하거나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 전통문화를 두고 ‘우리 것’이라고 도발하는 황당한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전통 민요 ‘아리랑’을 중국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등록했으며, 동요 ‘반달’을 조선족의 민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거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라고 주장했던 동북공정이 이제는 문화공정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화공정으로 K콘텐츠와 연예인들은 몸살을 앓아왔다.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출연 중인 배우 김소현이 SNS를 통해 촬영장에서 한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공개하자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은 중국의 전통 의상”이라고 댓글로 테러했다. 박신혜도 SNS에 한복 화보를 공개했다가 “중국의 옷을 훔쳐 입었다”라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조선 시대 모자 갓이 주목받자, 중국 네티즌들이 이번에도 ‘갓은 중국 것”이라고 주장을 펼쳤다. 또 제니가 첫 솔로 온라인 콘서트 ‘YG 팜 스테이지-2020 블랙핑크: 더 쇼’에서 착용한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홍하이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억지 흠집 내기도 잦았다.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단체에 주어지는 밴 플리트상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이 “한·미가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자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했다”며 방탄소년단 때리기에 나섰다. 또 블랙핑크 제니가 웹 예능에서 아기 판다와 만나는 모습이 그려지자 위생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중국의 국보인 판다를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주장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지난해 뉴진스가 참여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의 ‘2022 한지분야 한류 연계 협업콘텐츠 기획개발 지원’ 사업 홍보 영상이 공개되자 “제지술은 중국에서 발명한 기술”이라고 트집을 잡았고,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봉황 모양 비녀에 대해서도 “중국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걸그룹 아이브의 신곡 ‘해야’ 뮤직비디오가 자신의 문화를 훔쳐다 쓴 것이라고 중국 네티즌들이 주장해 논란이 됐다. ‘해야’ 뮤직비디오 영상에서 멤버들이 저고리를 활용한 의상을 입고 전통 부채와 노리개 등을 소품으로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중국 전통문화 요소를 남용한 것이라고 비난의 글들을 게재했다. 특히 SNS 더우인과 샤오홍수에서는 아이브를 도둑 집단이라고 부르며 모든 멤버를 차단하자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중국의 이 같은 억지 주장은 중화사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화사상은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뜻하며, 중국의 문화와 전통을 최고로 여기는 사상이다. 이는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정체성의 핵심 역할을 해 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김치와 한복을 시작으로 삼계탕, 부채춤 등 한국의 대표 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우기더니 이젠 케이팝 스타들의 영상 속 장면도 중국 문화라고 억지를 부린다. 비뚤어진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중국 제작사에서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A 씨는 “중화사상은 한족 중심의 문화 우월주의를 강조하며 주변 국가와 민족을 하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 사상은 근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자국 문화를 강조하고 외부 문화를 경계하는 태도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자국 문화에 대한 삐뚤어진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선 넘은 행동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최근 중국 네티즌들이 조롱했던 ’파묘‘ 축경 논란을 예로 들었다.
이는 지난 3월 중국의 한 네티즌이 웨이보에 ‘파묘’에서 봉길(이도현 분)귀신이 화를 피하기 위해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축경(을보신경) 문신을 새긴 것을 두고 “중국에선 얼굴에 글을 쓰거나 새기는 행위를 매우 모욕적으로 굴욕적인 행동이다. 한국인들이 얼굴에 잘 알지도 못하는 한자를 쓴 게 우스꽝스럽다. 한국인들이 멋있다고 하는 행동을 중국인들이 보면 웃기다”라고 조롱한 영상이다. 이 영상은 600만 조회수를 넘겼다.
A 씨는 “중국의 도 넘은 흠집 내기와 도용 주장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일부가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중화사상으로 인한 문화적 고립과 도태를 고민하는 중국인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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