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더 큰 공연장에서 해도 가득 찰지 모르겠다. 여기가 끝이 아닌가? 영웅시대(팬덤명)의 한계가 어디일지(궁금하다). 앞으로 더 큰 꿈을 펼쳐보도록 하겠다.”
가수 임영웅을 두고 팬들은 ‘주제파악 좀 하라’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해왔다. 당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KSPO DOME(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서울 공연은 6회 공연에 총 관객수가 약 9만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공연이었다.
사실상 매진이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순식간에 표는 매진됐고, 동시 대기자수가 무려 62만명에 달했다. 370만 트래픽을 기록하면서 예매 플랫폼인 인터파크 사상 최대 트래픽 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 보니 주제에 맞는 ‘초대형’ 공연을 열라는 요구가 빗발친 것이다.
지난 25일과 26일 양일간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2024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IM HERO – THE STADIUM)은 이런 팬들의 요구를 수용한 공연이었다. 양일간 각 5만명씩 총 10만명의 관객을 만났다. 월드컵경기장은 현재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있는 ‘공연의 성지’가 됐지만, 임영웅에겐 여전히 비좁았다. 표를 구하지 못했음에도 임영웅의 목소리라도 듣기 위해 공연장 밖에 자리를 잡은 팬들도 여럿 있었다.
예매 당시에도 티켓은 순식간에 매진을 기록한 것은 물론, 960만 트래픽을 기록해 인터파크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한국 공연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날도 임영웅이 “안에 있는 영웅시대 뿐 아니라 밖에 있는 영웅시대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공연장 밖에서 메아리처럼 인사가 큰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임영웅은 “밖에도 한 2만명 정도 계시나보다. (무대 뒤도) 막지 말고 뚫어버릴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임영웅은 “오히려 좋다”며 함께 뛰놀았다. 임영웅은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축구 할 때도 수중전이 재미있다. 비가 오는 날 축구가 좀 잘 되더라. 아마 오늘 노래도 조금 더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비 오는 날 언제 공연을 해보겠나”라며 무대를 이어갔다.
임영웅은 ‘무지개’ ‘런던보이’ ‘보금자리’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소나기’ ‘사랑해요 그대를’ ‘따라따라’ ‘이제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역’ ‘사랑해 진짜’ ‘바램’ ‘온기’ ‘모래 알갱이’ ‘우리들의 블루스’ ‘아버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아쩌다 마주친 그대’ ‘아파트’ ‘남행열차’ ‘A bientot’ ‘Do or Die’ ‘Home’ ‘HERO’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서울의 달’ ‘인생찬가’ 등 히트곡과 신곡을 총망라한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가 막바지를 향해갈수록 비가 거세졌지만 임영웅은 흔들림 없이 무대를 이어가면서 “빗속에서 (노래를) 부르니 분위기가 더 좋은 것 같다. 하늘이 저를 위해 특수효과를 준 것 같다. 훨씬 더 이입이 잘 됐다”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들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이날 임영웅의 콘서트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무대를 어떻게 꾸렸을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앞서 공단은 무대 설치 등으로 인한 잔디 훼손 문제로 콘서트 대관을 까다롭게 심사해왔다. 작년에도 몇몇 가수들이 대관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지난 2021년 10월 예산 10억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 잔디를 깐 이후로 이곳에서 1년여간 대중가수의 공연은 전무했다.
이에 임영웅은 잔디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그라운드석을 없애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잔디를 침범하지 않은 4면 돌츨 무대를 설치하고, 잔디를 보호하기 위한 흰 천을 둘렀다. 관객과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잔디보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대신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열기구(헬륨기구)를 띄워 10분간 공연장 공중을 천천히 누비며 삼면에 있는 영웅시대와 고루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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