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서연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주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받는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날 영장심사는 김호중에게 수사 협조 여부와 함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김호중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서면서 ‘메모리 카드를 직접 제거했는지’, ‘사고 직후 현장을 왜 떠났는지’, ‘직원에게 은폐를 지시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오늘 있을 심문 잘 받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숙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신 부장판사는 김호중이 사고 직후 소속사의 막내 매니저급 직원 A씨(22)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을 언급하며 “모두 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을 위해 힘 없는 사회 초년생 막내 매니저는 처벌을 받아도 되는 것이냐”라고 질책했다.
사고 당시 김호중의 요구에 A씨는 “겁이 난다”며 끝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호중의 매니저가 직접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가 허위 자수를 했다.
또한 신 부장판사는 김호중이 휴대전화 임의 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주지 않은 것과 관련해 물었다. 김호중은 “사생활이 담겨 있어서 비밀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50분간의 심문이 끝난 후 김호중은 오후 1시 20분께 포승줄에 묶인 채 법정을 나왔다. 김호중은 ‘어떻게 혐의를 소명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후 호송 차량에 탑승해 강남경찰서로 이동했다.
김호중은 강남경찰서에 도착한 후에도 ‘경찰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구하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아직 (수사가)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1시께 김호중 소속사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 모 씨도 강남경찰서에 도착했다.
김호중과 이광득 대표, 본부장 전씨 등 3명은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영장이 발부되면 구속돼 유치장에서 경찰 수사를 받고,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들은 바로 석방된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2일 김호중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김호중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증거인멸과 범인도피 사법 방해 행위로 사안이 중대하다”며 ”담당 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에 직접 출석해 의견서를 제출하고 구속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9일 밤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로 조사받고 있다. 김호중은 사고 뒤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 3시간 뒤 김호중의 매니저가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허위 진술하고, 소속사 본부장이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이들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또 경찰은 김호중이 방문한 유흥주점의 직원들과 술자리 동석자들로부터도 그가 혼자 소주 3병가량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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