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KBS ‘가족오락관’을 진행했던 방송이 허참은 간암으로 22년 2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로, 그의 부고가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가 주변에 투병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4년 4월부터 2009년 4월 최종회까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을 제외하고는 늘 똑같이 가족오락관을 진행했던 그는 주변 사람이나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끝까지도 투병을 비밀에 부쳤다고.
그랬던 그가 별세 전 한 후배에게 의외의 부탁을 했던 에피소드가 전해졌다.
허참이 마지막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서 공동 MC를 맡았던 배우 김민희는 23일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저희는 투병 사실을 전혀 몰랐다. 매번 너무 말라서 나타나시니까 ‘왜 그러세요?’ 물으면 ‘임플란트 때문에 못 먹어서 그래’라만 하셨다”라며 “하루는 느낌이 너무 안 좋아서 매니저한테 ‘어디 아프신 거 아니냐’고 물어봐도 끝까지 아니라고 하시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별세 두달 전인 2021년 12월, 허참은 김민희에게 부탁 한가지를 청해왔다고 한다. 평소 부탁 한번 해본 적 없던 그가 요청한 것은 “집이 시골이라 구하기가 어려운데, 미제 콩 통조림과 소시지를 사다 줄 수 있느냐“는 것.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다 주었던 미제 콩 통조림과 소시지의 맛을 한번 더 느껴보고 싶었던 듯 허참은 딸 같은 후배에게 생소한 요청을 해왔고, 이후 물품을 사다 주자 허참은 씁쓸한 듯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사다 주셨던 맛이 안 나..”
김민희는 “제 휴대폰 속에 유독 선생님의 뒷모습 사진이 많더라. 아직도 (통증 때문에) ‘으~’ 하면서 앉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라며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라고 눈물을 지었다.
김민희가 허참에게 유독 미안한 것은 그가 아픈 줄 전혀 모르고, 갱년기 증상 때문에 힘들다고 허참에게 줄곧 투정을 부렸기 때문이다. 김민희는 “마지막까지도 힘든 내색 없이 제가 힘들다고 하는 걸 다 받아주셨다”라며 “지금도 너무 죄송하고 그립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곽상아 에디터 / sanga.kwa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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