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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표도 쓸어 담아”…김호중, 회초리 없는 맹목적 팬심의 말로 [D:이슈]

데일리안 조회수  

가수 김호중의 공연 강행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도, 교통사고를 내고도,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말이다. 심지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도 기꺼이 공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 일정 연기 신청을 하면서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김호중의 의지를 꺾은 건, 법원의 기각 판결이다. 23일 서울중앙지법은 김호중의 변호인이 이날 오전 신청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기일 연기 요청을 기각하면서, 심사를 24일 낮 12시께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심사가 일반적으로 피의자를 구인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만큼 심사 당일인 24일 공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 김호중 측이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콘서트를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이 직접 밝혔든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연 제작사 측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구속영장 신청에도 콘서트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이 공연의 티켓은 장당 15만원~23만원으로, 양일 2만석이 모두 매진됐을 경우 약 4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혐의가 드러나고, 해당 공연을 강행하는 것을 둔 사회적 비판이 높아지고, 해당 공연의 무더기 취소 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김호중 측의 ‘플랜 A’였을 것이다. 문제는 주관사인 KBS교향악단이 김호중과의 공연을 거부하면서 공연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됐고, 티켓 예매처인 멜론은 공연 예매 티켓 환불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공지했다. 이미 예매를 취소한 관객에게도 수수료 전액을 돌려주기로 했다.

결국 김호중은 ‘플랜 B’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는 ‘취소 수수료 지불’ ‘노 개런티’를 카드다. 김호중이 6000여장의 티켓 취소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기로 했는데, 그 규모는 약 1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티켓 판매 금액의 약 1/4 수준이다.

김호중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맹목적인 팬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공식 팬클럽은 “가수와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일부 팬들은 “예매 취소된 티켓을 사서 김호중을 돕자”고 주장하면서 온라인 공간 등에서 여전히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취소된 티켓을 속속 구매하면서 23만원에 달하는 VIP석은 양일 모두 일부를 제외하고 상당수 팔린 상태다.

팬들은 그가 거짓말을 할 때도 “진실은 밝혀진다”고 믿었고, 그가 처음으로 혐의를 인정했을 때에는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 “술 한잔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용서해 달라” “응원한다” “지켜주겠다”는 황당하고 비뚤어진 논리와 응원으로 일관했다.

사실 이런 맹목적인 팬덤 현상은 과거 아이돌 팬덤에서 자주 나타나던 현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아이돌 그룹 팬덤은 오히려 자신이 지지하는 아티스트에게 더 냉정하고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더 올바름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생겨나면서 팬덤 문화도 과거의 아이돌 팬덤을 닮아가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다만 팬덤의 연령층이 높다 보니 부모의 심정으로 가수를 응원하기 때문에 비판하는 팬들은 오래 남아있기 힘든 상황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트로트 팬덤 문화의 현실이다. 결국 회초리 없는 강성 팬덤이 버릇없는 자식을 만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데일리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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