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과 폐업 논란이 일고 있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경영 상태를 향한 관심도 적지 않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듬컴퍼니는 반려견 교육 및 관련 용품 판매를 목적으로 2014년 설립됐다. 본사는 경기 남양주시로 강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반려견 문화를 이끈 ‘개통령’(개+대통령)이라는 별명답게 보듬컴퍼니는 최근 3년간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고속 성장했다. 회사 매출액은 2021년 38억2천만원에서 지난해 48억7천만원으로 연평균 12.9% 늘었다.
매출 증가를 이끈 건 강 대표 등이 견주에게 반려견 양육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 서비스(용역)’ 매출이다. 보듬컴퍼니는 599만원짜리 ‘365일 마스터플랜 풀패키지’, 399만원짜리 ‘365일 브이브이아이피(VVIP) 풀패키지’ 등 교육 프로그램을 팔아왔다.
실제 교육 서비스 매출액이 보듬컴퍼니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8.7%에서 지난해 86.6%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려견 용품을 판매하는 상품·제품 매출 비중이 3분의 1 남짓으로 쪼그라든 대신, 강 대표를 앞세운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매출 5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둔 셈이다.
교육 사업은 재료비·판매 비용 등 매출액과 함께 늘거나 줄어드는 변동비 비중이 작은 만큼, 매출 증가가 고스란히 회사의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보듬컴퍼니의 영업이익은 2021년 4억1천만원에서 지난해 20억3천만원으로 연평균 123.6% 늘어났다.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영업이익률)은 2023년 41.7%를 기록했다. 100만원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팔면 40만원 이상이 회사의 이익으로 남는다는 얘기다.
강 대표가 정말 ‘짠물 급여’로 직원들을 괴롭혔을까? 보듬컴퍼니 재무제표를 보면, 이 회사의 매출액 대비 전체 급여(판매관리비 및 용역원가 항목의 급여 포함) 비율은 2021년 21.2%에서 지난해 18.7%로 하락했다. 회사의 외형 성장 규모만큼 인건비가 불어난 건 아니라는 의미다.
눈에 띄는 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듬컴퍼니는 2021년만 해도 회사의 유동부채(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가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10배에 이를만큼 유동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사옥 신축 등 부동산 자산 확대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회사 유동비율(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은 2021년 10.4%에서 지난해 72.5%로 대폭 개선됐다. 단기 차입금 중심으로 부채를 줄이며 유동자산과 유동부채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된 셈이다.
최근 3년 새 이익 증가로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14억원 남짓 쌓이며 자기자본도 그만큼 불어났다. 이로 인해 큰 폭의 부채 감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총자산(자기자본+부채)은 2021년 174억원에서 지난해 172억원으로 현상 유지를 했다. 보듬컴퍼니의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회사 폐업의 원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겨레 박종오 기자 /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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