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황정민님은 이 사태를 알고 계실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ㅋㅋㅋㅋㅋ”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제프프’에 올라온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해당 영상의 제목은 ‘황정민 – 마라탕후루’. 지난달 발매돼 MZ 사이서 화제가 된 노래 ‘마라탕후루’를 배우 황정민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황정민이 직접 노래를 부른 건 아니다. 또 특정인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뒤, 마치 그 사람이 노래를 부른 것처럼 결과물을 추출한 ‘AI 커버’도 아니다.
27초 남짓한 이 짧은 영상은 오로지 황정민이 출연한 작품의 장면들로만 구성돼 있다. 가사와 일대일 대응되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 또는 드라마 장면들을 ‘하나하나 기워’ 연결하여 보면 노래가 되게끔 재구성한 것이다. 철자가 완전히 일치하진 않아도 비슷하게 들린다면 ‘시적 허용’으로 넘어간다.
가령 ‘밤양갱’의 가사 ‘밤’은 영화 ‘신세계’의 주인공 정청이 “빰빠라밤~”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가져온다. 또 ‘키치’는 ‘개쉐이’로, ‘내가 먹고 싶었던’은 ‘내가 먹고 XX던’으로, 배우의 찰진 비속어 대사를 적극 활용한 것도 누리꾼들이 열광하는 요소다.
이토록 정성스러운 ‘노가다’에 대한 반응은 숫자로 나타난다. ‘황정민 – 마라탕후루‘는 게재 일주일을 앞둔 23일 현재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황정민 – Dash‘도 마찬가지로 100만. 약과다. 작년에 올라온 ‘황정민 – 키치(아이브)‘는 490만, 지난달 업로드된 ‘황정민 – 밤양갱‘은 47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한 채널에서 황정민 영상으로만 1,000만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은 셈. ‘주인공’ 황정민도 천만영화 ‘베테랑’, ‘국제시장, ‘서울의 봄’에 이어 또 하나의 ‘천만’ 기록을 얻었다.
다시 처음의 인용구로 돌아가 보자.
“그… 황정민님은 이 사태를 알고 계실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ㅋㅋㅋㅋㅋ”
황정민은 알까. 자신이 ‘악기’가 되고 있단 사실을. “원로 가수 황정민” “최고의 악기 황정민” “이 영상 하나 찍으려고 몇 년간 수많은 연기 했던 거 생각하니 감동”이라는 요상한 팬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다. 카톡으로 엄청나게 링크를 받았다.” 황정민이 웃으며 맥스무비에 말했다.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칸 팔레 데 페스티벌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였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고 채널 운영자 ‘제프프’를 향해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은 너희 회사에서 만드는 거 아니냐는 말도 했는데 절대 아니다”고 손을 내저었다.
“저에 관한 그런 영상 때문에 관객들이 저를 꼰대로만 보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80살이 됐지만 요즘 친구들하고 작업하면서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부럽더라고요. 저도 그 나이에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계속 소통하려고 노력해야겠죠.” 황정민이 말했다.
‘베테랑2′(감독 류승완)로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은 황정민. 올겨울 영화가 개봉하면 또 어떤 ‘악상’이 ‘제프프’의 머리에 펼쳐질지 팬들은 기대한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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