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미에서 가장 뜨거운 가요계 이슈를 꼽자면 ‘학전 김민기’와 ‘하이브와 민희진(어도어)의 지분싸움’이다. 대중음악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 하나 없는 듯 보이는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가 최근 들어 함께 거론되는 건, 해당 이슈에서 ‘어른’이라 칭해지는 이들의 모습이 매우 달라서다.
사실 이번 하이브와 민 대표의 지분싸움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방 대표에 대한 대중적 인식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젊은 세대에게 그는 ‘좋은 어른’처럼 보였다. 지난해 3월 방 의장은 중견 언론인 모임 관훈클럽의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티스트와 팬이 이렇게 괴로운 상황이 되는 게 맞는가라는 고민이 있었다”라고.
당시는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카카오와 ‘머니게임’을 벌이다 하이브가 인수 포기를 선언한 직후였다. 결과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제법 멋진 발언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 발언은 정확히 1년 뒤인 현재, 곧장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는 또 자신의 소속사 그룹과 팬을 괴로운 상황에 놓이게 했고, 여전히 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경영권 찬탈’ ‘경영권 싸움’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갈등을 지켜보면서 업계에서는 ‘케이팝의 아티스트의 현실’ ‘케이팝의 실태’라는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인 즉,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던 아티스트는 사실상 무대에 올려진 ‘상품’에 불과할 뿐, 진짜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은 제작자 쪽에 가깝다는 점이다.
더구나 방 의장과 민 대표의 지분 싸움 과정에서 뉴진스의 전속 계약과 주식을 둘러싼 갈등, 방탄소년단을 방패막이로 내세웠다는 논란, 세븐틴의 신곡 앨범이 쓰레기로 대량 투기 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심지어 아일릿은 이 갈등 속에서 ‘아류 그룹’ ‘짝퉁 그룹’으로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방 의장과 민 대표가 갈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정작 주목을 받아야 할 아티스트는 논란에 방치되고 있던 셈이다.
소극장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아티스트이지만 기획자로 살아오면서 배우들과 가수들 뒤에서 묵묵히 그들을 비추는 일을 해왔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뒷것’이라고 칭했다. “배우와 가수가 앞에 서야 하고, 자신은 커튼 뒤 뒷것에 불과하다”는 겸손이다. 실제로 그는 늘 뒤에 숨어 있었고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조승우, 김광석, 윤도현 등 모두 이 밭에서 자라 큰 무대로 향했다.
같은 맥락에서 ‘어른 김장하’도 떠오른다. 한약방 운영으로 번 재산 수백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 독지가이자 명신고등학교를 설립, 국가에 환원한 진정한 교육인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실상 요즘 사회는 ‘어른이 실종된 시대’로 불리고, ‘어른’의 자리에는 ‘꼰대’라는 멸칭만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어른 김장하’는 작년 11월 개봉 당시 2만 관객을 돌파했고, ‘뒷것 김민기’도 최근 방영되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SNS에 감상평 이어지는 등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곱씹게 하는 이 작품들의 인기는 진정한 어른을 찾기 어렵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물리적인 나이의 어른이 되어 가고 있지만 어떤 어른이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케이팝 시장의 산업 동력이되는 10대 아이돌과 그들의 팬들이 받을 상처는 뒷전에 둔 채 두 대표의 자존심 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티스트를 만드는 기획자, 아이들을 보살피는 어른의 덕목을 다시금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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