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첫 경찰 조사와 포토라인에 서지 않기 위한 긴 ‘버티기’를 끝내고 귀가했다.
김호중은 21일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경찰 조사를 마치고 변호인과 함께 포토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경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출석해 5시경 조사를 마쳤지만, 포토라인에 서지 않기 위해 6시간을 더 현장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모자를 눌러쓴 채 빠른 걸음으로 등장한 김호중은 “오늘 조사에서 경찰에 어떤 말씀을 하셨냐”는 질문에 “죄인이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또 있으면 성실히 답변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매니저에게 대리 자수를 지시한 정황은 인정했나” “메모리카드 증거 인멸도 같이 가담했나” 등의 질문이 현장에서 쏟아졌지만 김호중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준비된 차량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겨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변호인은 “(김호중이)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고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 한순간의 거짓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 뒤늦게라도 시인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혐의와 관련해서는 “추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술의 종류나 양에 대해선 여기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뒤늦게 혐의를 인정한 것과 관련해 구속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양심 때문”이라며 “거짓으로 국민들을 화나게 해선 안 된다는 마음이었다. 김호중 씨도 거기에 충분히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변호인으로서 진실 의무가 있다. 진실 은폐하지 않고 거짓 진술을 하지 않게끔 하는 게 변호사의 의무”라며 “진실이 감춰지지 않게 성실하게 변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고 있다.
김호중은 사고 뒤 현장을 이탈해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 30분께 경찰에 출석했다. 김호중의 매니저는 김호중 옷으로 갈아입고 자신이 운전한 것이라며 허위 진술하고, 소속사 본부장은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닉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잇단 정황에도 당초 “술잔을 입에 댔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 의혹을 부인하던 김호중은 지난 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음주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내놓자 사고 열흘만인 19일 입장문을 통해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경찰은 김호중과 이광득 생각엔터 대표,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를 훼손한 본부장, 허위 자백한 매니저 등을 입건하고 사건의 조직적 은폐 정황 등에 대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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