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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포칼립스(Post Apocalypse·인류 문명 멸망 후의 세상을 그린 SF의 하위 장르) 액션물의 대표작 ‘매드맥스’는 시리즈 중단 30년만인 지난 2015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부활했다. 당시 극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이 시리즈의 창시자이자 연출자인 조지 밀러 감독을 만났더라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질문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진짜 주인공 이름을 가져와 ‘퓨리오사’로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았나요?”
관객들의 이 같은 반응은 극 중 여전사 ‘퓨리오사’ 역의 샤를리즈 테론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비중과 존재감으로부터 비롯됐다. 반면 멜 깁슨의 뒤를 이어 ‘맥스’ 역으로 나선 ‘상남자 중의 상남자’ 톰 하디에게는 다소 민망할 수도 있는 관람 후기였을텐데, 제작사로서는 ‘옳거니! 가지 칠 게 생겼네’라며 ‘매드맥스’의 스핀오프(Spin Off)로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퓨리오사’)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주인공 ‘퓨리오사’의 수난 가득한 성장기에 초점을 맞춘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그토록 강인한 여전사가 될 수 밖에 없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매드맥스’ 시리즈의 스핀 오프이면서 ‘…분노의 도로’의 프리퀄인 셈이다.
문명이 사라지고 45년이 지났으나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녹색의 땅’에서 풍요롭게 살아가던 ‘퓨리오사’는 복숭아를 따러 간 곳에서 만난 바이커 군단에게 납치당한다. 어머니는 ‘퓨리오사’를 구하려다 바이커 군단의 폭군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디멘투스’는 물·식량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퓨리오사’를 시타델에 넘긴다. 자신을 아내로 키우려는 시타델 지도자 ‘임모탄 조'(러치 험)의 눈을 피해 남자로 자라난 ‘퓨리오사'(안나 테일러-조이)는 복수와 탈출의 시기가 온 것을 직감하는데….
시리즈를 상징하는 날 것 그대로의 질주 본능과 속도감은 보는 이들의 혼을 빼 놓기에 여전히 충분하다. 이로 인해 호흡이 너무 가빠질 때 쯤이면 짖궂은 유머도 쉼표처럼 어김없이 찍힌다. 팔순을 앞둔 노연출자의 솜씨와 감각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아직도 날이 서 있다.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섬세해졌다. ‘…분노의 도로’는 사흘간의 여정을 다루는 반면, ‘퓨리오사’는 주인공이 18년이란 세월동안 조금씩 달라져가는 과정을 챕터로 나눠 그리는 덕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점은 늘어난 서사와 반비례해, 확실한 임팩트를 남기는 캐릭터들의 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분노의 도로’의 워보이 눅스, 빨간 내복의 기타맨 등과 같은 개성 만점의 주변 등장인물들이 떠난 빈 자리를 ‘디멘투스’의 광기로만 채운다. 전작과 비교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면 바로 이 때문이다.
안나 테일러-조이의 강렬하면서도 사연있는 눈빛 연기는 잔상이 오래 간다. 하지만 극 전체를 지배하는 카리스마와 파워 등에서는 테론에 조금 못 미쳐, 후속편에서도 타이틀롤을 계속 꿰찰지는 미지수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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