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한 의혹을 받는 가수 김호중(33) 씨를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20일 법무부에 건의했다.
대검은 “기존 법령과 판례로는 혐의 입증과 처벌에 어려움이 있었던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입법 건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입법 건의안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년∼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대검은 “사고 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한 입증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등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음주 측정 거부라고 평가할 수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추가 음주를 비롯해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 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 총장은 “수사단계에서부터 경찰과 협력해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 판단에 (사법 방해 정황을) 적극 반영하라”고 했다.
이 총장의 지시는 김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운전자를 속이고 인근 호텔에서 머무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매니저의 허위 자백 이후인 사고 17시간 뒤에야 출석했다.
김씨는 사고 이후 서울 주거지 대신 경기도 호텔 근처로 향했고 편의점에서 일행과 함께 캔맥주를 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씨는 사고 열흘 만인 19일 음주운전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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