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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2·3·4편의 ‘트리플 1000만’ 관객 동원은 아주 대단한 사건이다. 인기 프랜차이즈물로 먹고사는 할리우드에서도 속편들이 내리 삼세번 메가 히트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단역부터 한 계단씩 뚜벅뚜벅 올라온 배우 마동석이 기획·제작·주연을 겸하는 ‘원맨쇼’로 기록 달성을 주도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평소 그가 우상으로 여기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와 ‘람보’ 시리즈를 통해 보여줬던 것처럼, 대중의 기호를 영리하게 읽어내면서도 자신의 취향과 장점을 뚝심 있게 녹여낸 이번 성공 방정식은 최근 들어 도전 정신과 창의력 빈곤으로 허덕이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에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러나 4편의 1000만 고지 등극과 관련해선 뒷맛이 살짝 개운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개봉 초반 무려 80%를 웃돌았던 상영점유율이 가리키는 복합상영관의 ‘스크린 몰아주기’ 논란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를 뒷받침해 오던 공적 시스템의 부재 등 여러 일들이 안팎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우선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제도 마련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같은 흥행 기대작들이 개봉할 때마다 배급은 자신들의 신작을 외면하는 극장을, 극장은 신작 내놓기를 꺼려하는 배급을 서로 탓하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노력에 의한 문제 해결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문화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영화 한 편에 대한 상영 점유율을 법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위원장 공석으로 넉 달째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취합하고 조정해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선장’이 없다 보니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기존의 정례 행사마저도 취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일례로 매년 칸 국제영화제 기간 중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열려왔던 ‘한국영화의 밤’ 행사가 올해는 개최되지 않는다. 영진위 등의 설명에 따르면 위원장의 부재가 영향을 미친 데다 예산까지 대폭 줄어서라고 한다. 이 때문에 앞서 개막됐던 제7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물론이고 칸에 이어 오는 10월 초 열리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최가 어렵다고 하니 참 서글픈 노릇이다. 칸을 2~3 차례 이상 다녀온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이곳에서의 ‘진짜’ 비즈니스는 대개 밤에 이뤄진다. 영화제 주요 건물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 바닷가 모래밭과 고급 호텔의 파티, 밥값 비싸기로 악명이 자자한 크로와제 거리 뒷골목의 식당 등이 그 무대다.
하지만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초행길 한국 영화인들에게 이 같은 방식의 비즈니스는 ‘그림의 떡’일 때가 잦다. 해외의 주요 영화인들이 제 발로 모이는 덕분에 큰 노력 들이지 않고 이들과 교분을 쌓을 수 있는 ‘한국영화의 밤’ 개최 포기가 안타까운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과 OTT의 득세로 신음 중인 우리 영화계로서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연이은 흥행 성공이 일단 반갑다. 그러나 마냥 미소짓기엔 모 정치인이 입버릇처럼 즐겨쓰는 표현처럼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위기를 알리는 적신호가 이미 여기저기에서 켜졌다. 지금은 관(官)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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