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하림이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였던 외삼촌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픈 가족사를 고백했다.
18일 하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아주 어릴 때 광주에서 비디오 가게를 하시던 외삼촌이 있었다. 5남매 중 셋째인 비디오 가게 삼촌은 형제 중에 제일 부드러운 성품이었다. 외갓집에 갈 때마다 삼촌은 재미있는 비디오를 선물로 줘서 좋았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어 그는 “삼촌은 몸이 조금 불편하셔서 주로 안쪽 방에 앉아계셨는데, 앓고 있던 병이 악화돼 돌아가셨다”며 “몇년 전 이맘때쯤, 광주에 공연이 있어서 갔다. 장소가 망월동 5.18 묘지 앞이었는데, 행사에 가기 전날인가 어머님이 지나가는 말로 ‘비디오 가게 삼촌이 거기 망월동에 묻혀계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유를 묻는 하림에게 어머니는 “외삼촌이 오랫동안 아팠던 건 5.18때 군인들에게 맞아서였고, 오래 아프다가 병이 악화돼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그는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왜 안 해줬냐고 하니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다’고 하셨다”며 “그 이후 가끔씩 외가에 갈 때마다 막냇삼촌과 어머니는 내 앞에서 전보다는 편하게 옛날이야기를 하셨다”고 털어놨다.
하림은 “그 이야기 중에는 당시 대법관이던 외할아버지가 인혁당사건으로 억울하게 감옥에 간 이야기도 있었고,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가족의 긴 수난사들이었다”며 “나는 그것을 언젠가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간혹 마음을 쓰고 있는 몇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돌아가신 외할머니 마음을 손주가 대신 풀어주는구나’ 하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진행했던 공연을 언급하며 “며칠 전 조용히 갔던 광주의 도청 앞 작은 무대에는 100명 정도의 관객이 한산하게 모여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몇곡의 노래를 부르며 가족사를 처음으로 관객에게 전했다. 그간 이런 이야기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만들고 싶어 했을 부모님과 친척들의 걱정 어린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결국 우리 모두를 관통하게 된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기차 안, 맥주를 한 캔 마시니 마음이 뭉근해졌다. 잠시 ‘괜한 이야기를 한 것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홀가분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비디오 가게 작은방 안에 앉아 계시던 외삼촌을 천천히 떠올렸다”고 심경을 전했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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