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 측이 법정에서 감정싸움을 재현하면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민 대표의 대리인은 “민 대표 해임은 본인 뿐 아니라 뉴진스, 어도어, 하이브에까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 인용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주간 계약상 하이브는 민 대표가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총에서 보유주식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면서 “하이브 측이 주장한 해임 사유를 보면 어도어의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하이브의 중대 이익을 침해할 방안을 강구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브 측 대리인은 “사건의 본질은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 행사를 가처분으로 사전 억지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임무 위배 행위와 위법 행위를 자행한 민 대표가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로, 가처분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주주간계약은 민 대표가 어도어에 1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히거나 배임·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사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계약상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양측은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한 공방을 넘어서 그간 언론을 통해 벌였던 원색적인 감정싸움도 법정에서 재현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약속을 어기고 르세라핌을 첫 걸그룹으로 선발했으며, 뉴진스는 성공적인 데뷔 후에도 차별적 대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뉴진스가 성공한 것은 “멤버의 노력뿐 아니라 민 대표의 탁월한 프로듀스 감각, 멤버들과 깊은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먼저 데뷔 순서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요구했으며, 무속인 코칭을 받아 ‘방시혁 걸그룹이 다 망하고 우리는 주인공처럼 마지막에 등장하자’며 뉴진스의 데뷔 시기를 정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민 대표 측은 “설마 무속경영까지 내세우며 결격사유를 주장할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어도어 설립 전 사용한 노트북을 포렌식해서 확보한 지인과의 대화 내용을 통해 비난한 것은 심각한 개인 비밀 침해”라고 했다.
민 대표 측은 또 하이브 산하 다른 그룹인 아일릿의 카피 논란에 대해서도 “법적 표절 여부는 별론으로 봐도 지나치게 유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전문가들도 이를 지적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이브 측은 “프로모션 방식은 표절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아류’ ‘카피’ 같은 자극적인 말로 깎아내리다가 슬쩍 발을 빼며 의미가 불명확한 ‘톤 앤드 매너가 비슷하다’며 후퇴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하이브는 이미 1000억원 이상의 현금 보상을 확보한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영원히 장악하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분쟁을 촉발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뉴진스가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길 원하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모녀 관계’로 미화하고 있다”며 “민 대표의 관심은 자신이 출산한 것과 같은 뉴진스 그 자체가 아니라 뉴진스가 벌어오는 돈”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방 의장은 민 대표와의 분쟁이 본격화한 뒤 처음으로 “한 개인이 시스템을 훼손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이브 측 대리인이 낭독한 방 의장의 탄원서에 따르면 방 의장은 “민씨의 행동에 대해 멀티 레이블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도 철저한 계획 하의 인간의 악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면서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만들어 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을 종료하면서 “31일 주총 전까지 결정이 나야 할 것”이라며 “양측은 24일까지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면 그 내용을 보고 31일 전에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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