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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 캐릭터 내세운 신인 감독의 도전 ‘그녀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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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왼쪽)과 신혜선이 엿보기를 좋아하는 공인중개사와 거짓된 삶을 사는 인플루언서로 호흡을 맞춘 새 영화 ‘그녀가 죽었다’가 지난 15일 개봉했다./제공=콘텐츠지오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는 고객의 집을 엿보면서도 ‘나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일 뿐’이란 궤변으로 자신의 관음증을 합리화한다. 편의점에서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를 만난 뒤 강한 호기심을 느낀 그는 그녀의 집을 드나들던 중 ‘한소라’가 숨진 채로 소파에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황급히 현장을 떠나지만 자신이 ‘한소라’의 집에 출입한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기 시작하는 ‘구정태’, 설상가상으로 강력반 형사 ‘오영주'(이엘)의 수사망까지 좁혀온다.

지난 15일 공개된 ‘그녀가 죽었다’는 상업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동정받을 여지가 별로 없는 비호감 남녀 캐릭터를 투톱으로 앞세운다. 보통 한쪽이 ‘악’이면 다른 한 쪽을 ‘선’으로 설정하기 마련이지만, 속된 표현으로 ‘나쁜 X’와 ‘더 나쁜 X’를 내세웠다. 남녀 주인공들의 주변을 살펴봐도 ‘오영주’ 정도를 제외하곤 호감 가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영주’마저도 자신의 공을 가로채는 선배에 대한 미움과 공명심으로 가득 차 있어 아주 따뜻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처럼 다소 이질적인 캐릭터 구성에도 이야기는 비교적 설득력 있게 흘러간다. 김세휘 감독이 새내기 연출자답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이다.

통상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서는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내레이션 삽입을 가급적 자제하는 게 관례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파격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극의 전·후반부에 차례로 배치한다. 관객의 이해도를 끌어올리고 공감대를 자극하려는 일종의 모험으로, 이로 인해 앞서 나왔던 몇몇 국내외 스릴러들과 비슷해지는 후반부 등을 제외하면 꽤 성공적이다.

변요한과 신혜선은 난도 있는 캐릭터를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특히 신혜선은 테크닉적으로 흠 잡을 데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부지런히 오가며 조단역부터 성실하게 밟아올라온 결과로 보인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형’ 여배우로 우뚝 설 날이 머지않을 듯싶다. 15세 이상 관람가.

아시아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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