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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맘’ 민희진, 알고 보니 ‘포카맘’ [이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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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민희진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랜덤 카드 만들고 밀어내기 하고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멤버들이 기죽을까 봐 갔던 애들이 또 가고 또 가고 앨범 또 사고 이게 도대체 뭐야. 저는 지금 음반 시장 너무 다 잘못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도어(ADOR) 민희진 대표가 지난달 긴급 기자회견 중 남긴 말이다. 일반적인 K팝 기획사들이 앨범에 멤버들의 랜덤 포토카드(포카)를 넣어 판매량을 늘리는 행위, 음반 판매사나 유통사가 앨범을 대규모로 먼저 구매한 후 기획사가 팬 사인회 등의 행사로 판매를 지원하는 행위(밀어내기) 등을 대놓고 저격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K팝 팬들은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작심 비판한 민 대표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포카나 팬사인회 이벤트 당첨을 위해 적게는 수십장에서 많게는 수백장의 앨범을 구매한, 소위 말하는 ‘앨범깡’의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 이 발언은 K팝 팬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민 대표의 이 발언은 ‘내로남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랜덤 포카 시작은 소녀시대, 곧 민희진

K팝 시장에서는 이 포카의 시작을 그룹 소녀시대가 지난 2010년 발매한 정규 2집 ‘오’(Oh!)로 본다.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앨범에 삽입, 소녀시대가 시작한 ‘삼촌팬’들을 비롯한 국내외 소원(소녀시대 팬덤명)들의 지갑을 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토카드를 얻기 위해 팬들은 똑같은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기 시작했고, 팬들 사이에서 이 포토카드를 교환하거나 사고 파는 문화도 생겨났다.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러한 형태의 앨범은 스트리밍 시장이 활성화되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음반 시장을 다시 부흥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해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런 데빌 런’(Run Devil Ru), 미니 3집 ‘훗’ 등을 추가로 발매한 소녀시대는 골든디스크어워즈에서 걸그룹 최초로 음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2002년 SM엔터테인먼트(SM)에 공채 직원으로 입사한 민 대표는 2009년부터 나온 SM 소속 가수들의 앨범에 절대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오’ 역시 그의 손이 닿은 앨범으로 민 대표는 이 앨범의 크렛딧에 ‘비주얼 디렉션’(Visual Direction) 담당자로 홀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상 이 포카 문화를 만들고 실행에 옮긴 셈인데, 이제와 ‘병폐’로 지적하며 K팝 팬들을 선동하는 모양새다. 물론, 포카란 문화가 긍정적 변화 없이 상업적으로만 변질돼 왔다는 취지에서 언급했을 수 있지만 어찌 됐건 ‘아이러니’라는 지적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뉴진스도 한다, ‘랜덤’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 말의 배경에는 ‘뉴진스는 안 한다’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뉴진스도 ‘한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랜덤 포카’란 표현을 사용하기 애매할 뿐, 다를 게 없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랜덤 앨범’에 있었다.

뉴진스는 데뷔 앨범을 비롯한 발매 앨범들을 멤버별로 버전을 나눠 총 6종, 위버스 버전까지 총 10종류로 제작했다. 이를 랜덤으로 판매했기 때문, 사실상 뉴진스의 팬들 역시 원하는 버전을 모두 모으기 위해선 ‘앨범깡’을 해야 했다.

밀어내기 팬사인회를 함께 지적했지만, 뉴진스 역시 럭키 드로우 이벤트와 팬사인회를 여러차례 진행하며 앨범 판매량을 끌어 올렸다. 3연속 밀리언셀러 등의 기록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 소리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랜덤 포토카드는) 뉴진스는 안 한다. 그러면서 (앨범) 랜덤은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왜 랜덤으로 하냐면 한 앨범에 모든 연예인의 사진이 들어가면 CD가 사전이 되기 때문이다. 또 랜덤을 안 하면 자연스레 멤버의 인기가 비교된다. 나는 그게 너무 싫다”라는 이유를 댔다.

그럴싸한 설명이지만, 이현령 비현령 느낌이다. 팬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앨범을 구매하게 하는 방법 자체는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포토카드가 시작이 됐듯, 민희진이 쏘아 올린 이 랜덤 앨범 역시 후배 제작자들에게 ‘병폐’로 꼬집힐 수 있다. 잔다르크가 된 것처럼 업계의 문제점들을 짚었지만, 결국은 ‘내로남불’이란 지적이 왜 계속 따르는지 곱씹어 봐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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