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사진=KBS 역사저널 그날 |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낙하산 MC 논란 및 프로그램 폐지 통보 의혹에 휩싸인 KBS 1TV 간판 역사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KBS PD협회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를 냈다. 20여 년간 못봤던 초유의 억압 사태라고 폭로해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본관에서 KBS 1TV ‘역사저널 그날’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은곤 부회장은 “조수빈의 MC 기용과 관련해 3일 전 제작본부장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고, 의견을 달리하자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과 같은 사실상 프로그램 해체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재정비 후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 미디어 특위 위원 등을 지낸 전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밀어붙이려다 무산되자 방송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이어 김 부회장은 MC 교체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녹화를 불과 3일 앞두고 일방적인 MC 교체 통보를 하는 건 제작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2월 11일 445회 방송을 마치고 ‘역사저널 그날’은 약 3개월간의 개편 과정을 거쳤다. 이후 4월 4일 새 MC로 유명 배우를 섭외했고, 다음 날 제작본부장에 보고했다. 그렇게 프로그램 아이템 5편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MC로 섭외된 유명 배우 외에도 외부 패널 출연진들의 섭외도 마친 상황이었고, 30일 첫 녹화를 앞둔 상황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수빈/ 사진=티브이데일리 DB |
하지만 이후 제작본부장으로부터 MC 교체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주말을 제외한 3일을 앞둔 25일, 제작본부장은 돌연 조수빈을 MC로 기용하라 통보했다. 다음날 본부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프로그램 녹화 역시 잠정 연기 통보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긴급TV편성위원회에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이에 따라 결국 첫 녹화는 불발된 상황이며, MC를 비롯한 외부 패널에게 연기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그는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PD가 조수빈 씨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고 있다. 팀장은 물론이고 CP, 시사 교양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국장 역시 반대하고 있다. 이 정도로 무리하면 보통 지시를 철회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한 지시를 명령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또 현재 조수빈 씨가 출연을 거절한 상태다. 그럼 이제 녹화를 진행하면 되는데 특정 아나운서가 출연을 거절했다고 현재 프로그램은 폐지를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속 의문이 든다. 그 배후를 밝히려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3일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배우와 패널들까지 섭외를 마치고 프로그램 재정비를 마칠 무렵 조수빈 MC를 낙하산으로 영입시키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반발하자 프로그램이 폐지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 측은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조수빈 아나운서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온 만큼 제작진 측은 사안이 더욱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파장이 일자 KBS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제작진과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프로그램 폐지는 아니며 재정비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알렸다. 조수빈 아나운서 발탁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조수빈 아나운서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 측은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의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 또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선정과 관련해 KBS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반박했다.
또 ‘낙하산’이라고 표현된 것에 대해서도 “유감”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제작진 측이 조수빈 아나운서 측의 입장이 나온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진실 공방을 예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훈석은 “소속사의 말이 정말이라면 제작진이 모르는 사람이 매니저와 연락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달렸기 때문에 그의 불참이 굉장히 중요했다”라고 반박했다.
KBS PD 협회는 박민 KBS 사장이 진상 조사를 지시했지만 임원들마다 말이 다르다며 전형적인 ‘책임 돌리기’라고 규탄했다. KBS PD 협회는 “이제원 본부장은 긴급이든 정규든 취임 후 TV편성 위원회에 참석한 적이 없으며, 그 사유를 자기의 권한이라고 한다. 벌점을 받을 수 있는 주요 평가 항목이라고 해도 답이 없다. 이럴 경우 회사 전체 차원으로 공정방송위원회에 올리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응하지 않으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배임 행위를 감사실에 고발할지, 경찰, 검찰에 고발할지 검토하겠다. 위반 사항 등에 대해서도 압박할 것이고, 제작진이 외롭지 않게 내부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강경 투쟁 입장을 표명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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