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주고 카파를 쓰다듬는데 갑자기 입질이 시작됐다. 그 순간 보호자의 손가락이 절단됐다. 카파에게 밥을 주고 쓰다듬는데 또다시 물렸다. 방바닥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키우는 개에게 물리다보면 겁이 나기 마련인데, 보호자는 카파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카파와 함께 지내며 건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출연한 고민견의 이야기다.
“늑대네요.” 강형욱 강아지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카파는 늑대에 가까운 맹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매 순간 서열을 확인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건 본능이었다. 강 훈련사는 훈련을 해도 근본적인 고민인 특발적인 공격성이 해결될 지는 미지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 훈련사는 “솔직히 말해서 얘가 여기(집에) 안 왔으면, 얘 진즉 갔다”며 “보호자는 카파가 자신을 살렸다고 생각하는데 얘도 아빠 때문에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훈련사는 “보호자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호자 같은 성격의 사람이 카파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약속해야 할 게 있다”며 “입마개는 무조건 하고 산책하자”고 당부했다. 보호자는 혹시 사고 날까 싶어 입마개를 항상 쓴다고 말했다.
최대치의 선을 넘어버린 고민견들을 만났던 강형욱 강아지 훈련사는 그때마다 냉정하게 보호자들에게 고민견과의 이별을 권해왔다. 강 훈련사는 “만약 보호자가 저의 큰 아버지라면 솔직히 못 키우게 한다”고 말했다. 강 훈련사는 훈련을 통해서 훨씬 좋아지겠지만 만일의 사고를 걱정했다.
보호자는 카파 때문에 자기가 다쳐도 이건 내 운명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주변사람들도 안락사를 권했다고. 보호자는 “우리 카파를 어떻게 안락사시키겠나”라며 카파를 안았고 눈물을 흘렸다.
강 훈련사는 잠깐의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강 훈련사는 “웬만한 사람들한테는 진짜로 얘 안락사시키라고 100번도 더 말했을 텐데 말 못 하겠다”며 “왜냐면 너무 잘 키우시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다. 내가 어떻게 뭐라고 하겠냐. 나도 그렇게 못 키워봤는데”라고 말했다. 강아지 훈련사 강형욱이 카파를 만나 결국 눈물을 보였다.
강 훈련사는 “보수적으로 생각했다. (보호자가) 많이 물렸고 하니까 훈련도 훈련인데 어떻게 하면 보호자의 마음을 돌릴까 이런 생각을 하고 갔는데 제가 어리석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훈련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얇은 경험으로 안락사를 장담 짓기에는 보호자의 속이 깊었고 설득이 아니라 훈련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을) 고쳐놓으라는 사람만 만나다가 이 모습도 좋다는 보호자를 만나니가 제가 감동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훈련사는 이 보호자가 반려견 보호자의 완벽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고 말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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