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비던 배우 황정민이 2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왔다. 이번엔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다.
‘맥베스’의 주연 배우 황정민이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무대로 돌아오게 된 소감을 묻는 말에 “부담감도 있지만 빨리 관객을 만나고 싶다”며 “연극을 하면 힐링이 되고, 너무 행복하다. 물론 영화를 찍을 때도 행복하지만 연극은 또 다른 결의 행복을 준다. 오롯이 배우로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데다 공연마다 느낌도 다르니까”라고 말했다.
황정민은 오는 7월 13일 개막하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맥베스를 연기한다. 그가 연극 무대에 서는 건 2022년 ‘리차드 3세’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는 배우의 예술이라기보다는 감독의 예술에 가깝지만, 연극의 경우 막이 올라가면 끝날 때까지 그 무대는 배우의 공간이 된다”면서 “그래서 최근 (다른 매체에서 활약하던) 배우들이 연극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을 듣고서 국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양 연출은 “욕망에 손을 대는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끝을 향해 가고, 그 이후에 오는 상실감과 죄책감, 양심의 문제를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2004년 동양적인 ‘맥베스’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대사와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면서 “언어 못지않게 미장셴에 심혈을 기울여 어떻게 하면 모든 장면이 시그니처가 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정민은 ‘맥베스’에 대해 “쉽게 말하자면 구청장이 대통령이 되려고 욕심을 냈다가 자기 무덤을 파게 되는 이야기”라면서 “맥베스는 죽음을 앞두고 ‘왜 여기까지 왔지’ 하며 뒤돌아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맥베스는 욕망의 끝을 달리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황정민이 ‘서울의 봄’에서 연기한 전두광과 비슷하다. 영화 ‘아수라’의 박성배,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전요환과도 닮은 지점이 있다.
황정민은 “하면 할수록 (이런 캐릭터의 연기가) 어렵기도 하다”면서 “맥베스로는 또 다른 욕망을 보여줘야 하는데 스스로한테 기대도 된다”고 했다.
김소진은 맥베스가 왕이 되도록 부추기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 역을 맡았다. 그는 “맥베스가 파멸로 이르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면서 “인간다움을 저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관객분들이 잘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맥베스의 부관이자 동료 뱅코우 역은 송일국이 소화한다. 마녀들에게서 본인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맥베스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캐릭터다.
송일국은 “뱅코우의 멋진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라면서 “일단 살부터 열심히 빼야 할 거 같다”며 웃었다.
그는 “국립극장에서 첫 연극을 했을 때가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면서 “2016년에는 ‘햄릿’을 보고서 한참을 울었는데 바로 그 무대에 제가 발을 디딜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영광스럽다”고 했다.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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