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어/ 사진=JTBC 비밀은 없어 |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JTBC ‘비밀은 없어’에는 유쾌한 웃음, 통쾌한 카타르시스, 그리고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힐링도 있었다. 고경표와 강한나가 “하루의 피로를 싹 없애 줄 ‘마음 마사지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JTBC 수목드라마 ‘비밀은 없어’(극본 최경선, 연출 장지연, 기획 SLL, 제작 SLL·키이스트)는 얼굴에 있는 모든 근육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얼굴 근육 마법사’ 고경표와 밝은 에너지와 ‘맑눈광’을 장착하고 인생 캐릭터 경신에 나선 강한나의 종횡무진 활약으로 주목을 받았다. 배꼽을 훔치는 유쾌한 웃음과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로 가득했던 1-2회 방송이 끝난 뒤에는 이들이 만들어낸 각종 ‘코믹 짤’들이 온라인 게시물을 점령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기도 했다.
그런데 ‘비밀은 없어’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전쟁과도 같은 사회 생활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주던 갑옷을 잃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송기백(고경표)과 온우주(강한나)가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모습이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도 위로가 된 것이다. “찌그러지고 망가졌지만, 맛과 향은 본연의 것 그대로다”, “멋있었다. 처음보는 멋진 퇴사였다”, “세상이 나한테 너무 맵게 굴 때 지지 말고 나도 매운맛”, “스위치는 다 끈 다음에야, 다시 켤 수 있다” 등,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명대사는 벌써부터 넘쳐났다.
특히, 3회 방송의 ‘호심술’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했다. 기백은 사회생활이라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제나 ‘예쓰(Yes)!’를 외치며 남들 듣기 좋은 말만 해줬다. 그를 둘러싼 잘못된 소문들도 평판을 쌓는데 이용했다. 앵커 자리에 있는 게 당연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의 감전 사고로 인해 감정 조절과 행동 통제가 안 되는 위기를 맞닥뜨렸다. 입만 열었다 하면 촌철살인 팩트 폭격이 쏟아져 이 상태로 뉴스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는 그의 최대 걱정거리였다. 이미 대형사고도 여러 번 치고 정직 처분까지 받았던 터라 더욱 풀이 죽어 있었다.
기운이 없는 기백을 보며 안쓰러워진 우주는 호신술이 아닌 ‘호심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내 몸을 지키는 기술인 호신술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을 지키는 ‘호심술’이라는 것. 그 가르침은 물러 터진 기백의 마음을 단단하게 다시 동여맸다. 그토록 꿈꿔왔던 아홉시 뉴스 앵커 자리는 이미 다른 선배로 내정되어 있음을 알고도 앵커 오디션에 참가한 기백.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했지만 뉴스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한 번 더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기백은 진실, 공정, 정의 이것만이 뉴스를 존재하게 하는 가치라 믿었다. 그래서 뉴스란 온통 거짓말뿐이던 그의 삶에서 유일한 진짜였다. 여기에선 거짓말을 안 해도 되고, 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메인 뉴스까지도 시청률과 광고에 휘둘리는 비즈니스가 되면서, 뉴스의 품위와 존엄성은 떨어졌다. 그래서 기백은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참기 힘든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기백의 꿈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호심술’이었다.
물론 기백은 수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 사표를 아주 화끈하게 날렸지만, 그렇다고 멋진 인생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진 않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건 ‘텅장’뿐인 생활고였다. 우주는 12년이나 ‘계’같은 ‘잡가’ 일을 버텼지만, “감이 떨어진 올드한 작가”라는 주변의 혹평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스위치가 온전히 꺼져야 다시 켤 수 있고, 밑바닥을 쳐야 다시 올라올 수 있는 법. 두 사람이 인생 스위치를 다시 켜고 인생 반전을 꾀하길 시청자들 역시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이유다.
‘비밀은 없어’ 매주 수, 목 저녁 8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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