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개봉할 수 있길”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렌탈파파’가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전주를 찾았다. 이번 전주행은 호나카 료스케 감독의 첫 해외 방문이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관객들에게 받은 기분 좋은 에너지와 함께 ‘렌탈파파’를 시작할 수 있어 기뻐했다.
“사실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무서워서 피해왔습니다. 하하. 첫 해외를 제 첫 영화로 전주국제영화제 올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아요.”
‘렌탈파파’는임대 아버지로 활동하는 나카무라가 ‘아버지의 얼굴’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미대생 리카를 만나게 되며 겪는 이야기다.
‘렌탈파파’는 일본에서 대중화 된 직업은 아니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당초 이 영화는 단편으로 기획됐지만, 취재와 시나리오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장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변경했다.
“아버지라는 소재 자체는 파고들면 이야깃거리가 많으니까 다양한 설정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쪽으로 주력해 장편 시나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일본 사회에서 보급화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있기는 하죠.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리뷰나 블로그 같은 걸 꼼꼼하게 읽어봤습니다. 그 곳에는 아버지가 없는 사람들이 왜 아버지가 필요한지 자세히 쓰여 있었죠. 그걸 바탕으로 리카와 나카무라를 중심으로 큰 픽션을 구성했어요. 일본에 이미 렌탈가족에 대한 영화가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큰 이야기를 색다르게 넣었습니다.”
주인공 리카 역은 우츠키 세이코가 맡았다. 우츠키 세이코는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일본의 신예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우츠키 세이코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와 에너지가 리카와 잘 맞아떨어질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우츠키 세이코와는 2년 전에 만났습니다. 이 영화 주인공을 발탁하기 위해 200명 정도의 프로필을 봤는데 우츠미 세이코의 사진이 첫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우츠미 세이코의 매니저와 영화 프로듀서가 굉장히 친해 이야기가 진행돼 직접 만나봤죠. 처음 만났을 때 굉장히 활기 넘치고 잘 웃는 모습이었죠. 여자 주인공이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설정과 우츠미 세이코의 이미지와 잘 맞는 것 같아 오디션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오디션 때 정해놓은 걸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들여다보는 성향이 있는데, 역시나 리카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츠미 세이코는 다른 영화들 오디션을 볼 때도 최종 선발까지 남아있던 배우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우츠미 세이코를 알려주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의 ‘렌탈파파’ 촬영 현장은 실험적으로 진행됐다. 꼭 필요한 대사가 아니면 빈칸으로 남겨둬 배우가 즉흥으로 채우게 했다. 배우가 대사를 한 후 애드리브 구간으로 넘어가다가 호나카 료스케 감독이 손짓으로 신호를 주면 그 때 정해진 대사를 진행한다. 또한 ‘렌탈파파’ 캐스팅 정보를 배우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선입견과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대본을 촬영하면 더 자유로운 무언가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역할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또 애드리브 부분은 배우가 몰입했을 때의 연기를 발견하기 위해 시도해 봤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께서 ‘바닷마을 다이어리’ 촬영 시 히로세 스즈에게 일부 대본만 주고 촬영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도 처음 배우들 대본 리딩 할 때 감정 넣지 않고 로봇처럼 읽으라고 한다더군요. 저도 이 부분을 참고 했습니다. 마치 제가 사시미 참치 뱃살을 좋아하는데 양쪽은 공기에 맞닿아 있어 중간에 있는 걸 먹고 싶을 때 처음부터 그 중간 부분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중간 부분을 얻어내는 과정이랄까요. 이는 배우도 캐릭터에 몰입해 있어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촬영 스타일이었어요. 이건 우츠미 세이코가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시도이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개인화 되어가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지만, 초점은 주인공들의 감정에 있다.
“제가 그리고자 한 건 사회 현상 보다는 렌탈 가족이라는 서비스가 있고 어떤 사람들이 아버지를 빌리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사회 현상에 집중하면 일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호나카 료스케 감독은 한국 콘텐츠를 즐겨 본다. ‘엽기적인 그녀’부터 시작해 최근 ‘눈물의 여왕’까지 푹 빠져 봤다. 특히 ‘눈물의 여왕’에서 윤은성 역을 맡은 박성훈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의 한국 콘텐츠는 ‘엽기적인 그녀’로 시작됐어요. ‘살인의 추억’, ‘실미도’, ‘친구’, ‘내 머릿 속의 지우개’, ‘올드보이’, ‘헤어질 결심’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눈물의 여왕’을 보고 박성훈 씨의 연기에 빠졌어요. 그는 최고의 배우 입니다. 현우와 해인 러브스토리를 뛰어넘는 존재감이었어요. 박성훈 씨의 배우로서 노력들이 화면에서 느껴지더군요. 너무 좋은 연기였어요. 나쁜 캐릭터를 그렇게 훌륭하게 표현하는 걸 보고 그의 멘탈이 괜찮은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굉장한 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상영을 마친 ‘렌탈파파’. 그는 한국 관객들의 솔직한 감상을 바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특수하게 촬영했고, 영화 안에 수수께끼 같은 설정도 있으니 그 신을 염두에 두고 찾아보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도 개봉해 더 많은 한국 관객들을 ‘렌탈파파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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