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에게 언어를 물려준다.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를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금쪽이 엄마는 아이 앞에서 아빠를 거침없이 핀잔을 줬다. 모자 사이에서 아빠는 소외됐다.
지난 3일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서는 ’57세 아빠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초4 아들’ 사연이 공개됐다. 관장약 없이는 배변 활동을 할 수 없었고,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문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은퇴 후 늦둥이 아들 육아에 나선 아빠는 계속해서 아들 훈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제작진이 솔루션 도중 금쪽이에게 ‘아빠는 어떤 분이셔?’라고 물었는데 금쪽이는 “아빠는 공부만 했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고 아무 쓸 데가 없는 사람이야!”라고 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충격적인 답변에 대해 “이건 누구의 표현 같냐?”며 “초등학교 4학년이 본인이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금쪽이 엄마는 “제가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가 무심코 한 험담이 부자 관계에 독이 된 상황이었다.
오 박사는 “아이가 듣는 데서 ‘당신이 안 놀아줘서 얘가 이런 거야!’ 그러면 탓이다. 그런데 이거를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는 새가슴이에요. 나는 힘들고 무서운 건 싫어요. 쟤도 알아! 아빠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집에 들어오지 말고 밖에서 돈을 벌어! 영원히 아예 없는 입지! 완전히 사라지게”
엄마는 아이 앞에서 아빠에게 가시 있는 말을 내뱉었다. 아이들은 이를 고스란히 들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서운함이 많지만 다툼이 생길까 봐 참는 것을 선택했다.
오 박사는 금쪽이가 자기가 잘못한 점도 탓을 한다며 ‘너 때문이야’라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태도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심리적 투사라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엄마의 말과 생각이 금쪽이한테 영향을 많이 준다고 말했다.
아빠가 그동안 금쪽이에게 화를 내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금쪽이 아빠는 늘 미안한 게 있다. 그는 일에 매진하느라 아빠의 역할에 소홀했다고 털어놨다.
아빠는 “양육하는데 좀 더 신경 써줘야 하는데 그리고 내 역할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빠는 “내가 (금쪽이를) 이런 모습으로 만든 게 아닌가”라고 자책하며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에게도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고백했다. 남편은 “여보 그동안 혼자 아이들 키우느라 많이 힘들었지?”라며 “내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잘 도와주지 못했어. 그리고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꾸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 한번 믿어보고 같이 한번 잘해보자”고 약속했다.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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