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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하이브 ‘멀티레이블’…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TEN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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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하이브의 ‘믿는 도끼’였던 멀티 레이블 시스템이 하이브의 발등을 찍었다. 멀티레이블은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소속사(레이블)가 여럿 있고 이를 하나로 묶는 엔터사(하이브 격)가 이들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각 레이블 별로 개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엔터사의 자금력과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뉴진스가 소속된 레이블은 어도어로 하이브의 자회사다.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멀티 레이블 체계가 갖고 있는 극단적 단점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와의 관계는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관계다. 다른 회사지만 경영상으로는 하이브가 어도어를 통제하는 구조다. 하이브는 자회사의 자율성을 존중함으로서 멀티 레이블이 존속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각 레이블은 그 독립성을 인정받아 그룹별 음반 발매 등 활동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왔다.

지금까진 성공적인 전략이었다. 각 레이블은 하이브의 자본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성공하는 아티스트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모회사인 하이브의 기업가치도 치솟았다. 국내 엔터업계 시총 1위로 단숨에 오른데에도 이 같은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한 몫 했다.

하지만, 화려한 겉과는 달리 속은 ‘경쟁 과열’로 곪아갔다. 창작이 업무의 주를 이루는 엔터 업계 특성상 레이블마다 활동하는 영역의 명확한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레이블 경쟁 과열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갈등 발생 이전부터 레이블끼리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으며 경쟁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업계 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지난 27일 같은 하이브 지붕 아래 있는 지코(KOZ엔터테인먼트)와 뉴진스(어도어)가 같은날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게 한 사례다. 통상 며칠 씩 간격을 두고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단 지적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에 대해 “엔터 업계는 ‘창작’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트렌드를 따라가다 보면 음악 장르나 콘셉트가 중복될 수밖에 없어 레이블들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돼 경쟁이 심화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SNS가 발달한 현시대에는 작은 레이블의 아티스트도 세계적으로 바이럴 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자회사가 모회사보다도 경영 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거나, 레이블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모회사로부터 자회사가 이탈을 시도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내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가 레이블마다 창작 자율성은 보장하지만, 그 결과물인 아이디어는 레이블의 결과물로서 인정하기보다 하이브 모회사 내부의 공공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다만 이는 지분 관계에 따른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멀티레이블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다. 하이브의 지속 가능 경영에 타격이 될 수 있다. 하이브는 특히 지난해 남미 레이블을 인수하는 등 해외 레이블 확대에 적극적이다. 일반 기업과 달리 엔터사의 레이블은 인적자원이 곧 회사의 전부나 다름없다. 감정적인 영역이 개입된단 얘기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 문제도 결국 감정 문제부터 시작됐다. 이는 모든걸 지휘해야 하는 모회사 입장에서 불확실성이다. 투자자들로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선 법적인 장치로 통제를 한다해도, 해외 사업 확대 과정에서는 법적 기준도 달라진다. 언제든 어디서든 레이블 이슈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형 엔터사들이 가야 할 길도 결국 멀티레이블이라는 데도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멀티레이블 체계에서 어떻게 각 레이블을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시스템 마련은 시급해보인다. 하이브 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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