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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사랑과 우정사이’ [Z를 위한 X의 가요⑥]

데일리안 조회수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데일리안DB ⓒ데일리안DB

◆‘가요톱10’ 1994년 4월 4주 : 피노키오 ‘사랑과 우정사이’

◆밴드 피노키오는,

베이스 김민철을 중심으로 결성돼 1985년 대학가요제에 참여하고 앨범을 발매하는 등 세션 밴드 위주의 활동을 해왔다. 이후 1992년 김성면을 보컬로 영입하면서 정규 1집 ‘다시 만난 너에게’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데뷔를 알렸다. 사실상 당시 밴드의 주요 구성원이었던 보컬(김성면)과 기타(안정훈)가 이 앨범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피노키오는 사실상 ‘기수제’를 도입하게 됐다. 김성면과 안정훈은 이후 각각 K2, 포지션이라는 이름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피노키오는 다른 멤버를 영입했다.

원년 멤버로는 리더 김민철(베이스)과 키보드 이은호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 구성원은 계속해서 변화해왔다. 현재는 드럼에는 조한철이 2019년부터, 보컬에는 황가람이 2020년부터 함께 피노키오 멤버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긴 휴식기를 깨고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 콘서트에는 원년 멤버인 가수 김성면이 게스트로 출연해 피노키오 탈퇴 이후 처음으로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사랑과 우정사이’는,

1992년 11월 발매된 ‘다시 만난 너에게’의 수록곡으로 ‘내사랑 내곁에’ ‘이별 아닌 이별’ 등으로 유명한 오태호가 작사, 작곡했다. 사실상 해당 앨범의 타이틀곡인 ‘다시 만난 너에게’가 크게 히트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후속곡인 ‘사랑과 우정사이’가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면서 데뷔 이후 첫 ‘가요톱10’ 1위에 올랐고, 피노키오라는 그룹을 인기그룹 반열에 올려놓게 된 계기가 됐다. 록 밴드였던 피노키오의 기존 음악색과는 달리 순수하게 느껴지는 도입부의 사운드가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는 곡으로, 친구에서 연인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슬퍼하며 떠나기로 결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 '어게인 가요톱10' 갈무리 ⓒ ‘어게인 가요톱10’ 갈무리

미니인터뷰

Q. ‘사랑과 우정사이’로 데뷔 첫 ‘가요톱10’ 1위를 했는데.

(김민철) 앨범의 타이틀곡은 ‘다시 만난 너에게’라는 곡이었는데 상위권에 진입했지만 큰 호응은 받진 못했어요. ‘사랑과 우정사이’는 앨범 발매 후 1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게 된 케이스였어요. 지금 얘기로 하면 역주행인 셈죠. 당시 길거리 리어카에서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대한민국 어느 거리를 가도 들려오는 노래가 되었고 ‘가요톱텐’ 1위까지 올라가게 되더라고요. 피노키오가 밴드다보니 활동은 TV보다는 라이브 공연이나 라디오, 대학 축제 위주의 활동을 많이 해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았았고요. 그래서인지 라이브 현장에서의 반응은 여느 유명 가수 못지않게 대단했었죠. 하하.

Q. ‘사랑과 우정사이’는 어떤 곡인가.

(김민철) 앨범 전체의 곡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에서 받은 곡이었어요. ‘내사랑 내곁에’로 유명한 오태호 씨가 노래와 가사를 작업한 곡입니다. 원래는 ‘입영열차 안에서’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김민우 씨에게 주려고 만든 곡이라고 했는데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돌고 돌아 우리에게 왔다고 들었어요(웃음).

Q.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나.


(김민철) 사실 피노키오의 음악적인 뿌리는 정통 록입니다. 그래서 맴버들 전체가 이 곡을 앨범에 수록하는 것에 반대를 많이 했죠. 우리 스타일의 곡은 아니라고요. 소속사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서 ‘우리 스타일의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된 것을 앨범에 더 수록하자’고 타협을 봤는데, 결국엔 소속사 대표의 느낌이 맞았던 거죠. 방송에 나가서 이 곡을 연주할 때 멤버들은 칭피해서 모자 눌러쓰고, 고개 숙이고 연주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Q. 황가람 씨는 어떻게 합류게 됐나.

(황가람) 절친한 뮤지션인 신촌블루스의 보컬리스트 김상우에게 한 노래를 전달받고 매력을 느껴, 그 노래를 익혀 영상에 담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그 노래가 피오키오의 신곡임을 알게 됐고요. 무려 300명 이상의 보컬리스트가 참여했던 오디션이었던 거죠.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사실 가요에 처음 매력을 느끼게 된 것도 라디오 속에서 우연히 듣게 된 ‘사랑과 우정사이’였고, 목사님이었던 외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테이프 속에서 처음으로 외운 가요도 ‘사랑과 우정사이’였거든요. 다행히 오디션에 합격했고 오디션 곡으로 불러 보냈던 그 노래가 제가 합류한 뒤 발매한 앨범의 타이틀곡인 ‘비의 기억’이었습니다.

Q. 합류하면서 부담은 없었나.

(황가람) 처음부터 지금까지 부담이 크지만, 그만큼 행복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이전까지 노래했던 선배 보컬리스트 분들이 너무나 훌륭하고 미성의 보컬들이다 보니, 허스키한 톤을 가진 저의 보컬적인 매력을 앞으로의 음악에 잘 어우러지게 만들고, 부르는 것이 저의 숙제라고 여겨집니다.

Q. ‘사랑과 우정사이’를 직접 다시 부르기도 했는데.

(황가람) 사실 많이 어려웠고,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사랑과 우정사이’는 리메이크곡이 가장 많은 곡이기도 하고, 수많은 리메이크 중 유일한 재편곡 없는 김성면 선배님의 오리지널 편곡에 노래했기 때문에 라메이크라기보다 또 다른 원곡을 만드는 마음가짐이어서 더욱 고민이 깊었고 뜻깊었습니다,

(김민철) 후배들에 의해 계속 불려지는 걸 고면,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노래는 그 노래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에 더 공감하고 애틋해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대가 변하고 문화나 환경도 많이 변했지만 사람의 감정만큼은 늘 변하지 않기에 그 당시 이 곡이 대중에게 전해주었던 감정은 세월이 흐른 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되는 것 같아 너무 뿌듯합니다.

Q.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김민철) 거창한 건 없습니다. 음악인으로서 피노키오가 이루고 싶은 것은은 이미 많이 이룬 것 같습니다. 음반도 내고,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도 해보고, 많은 사랑과 인기도 얻었고. 이제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조금만 더 오래도록 대중 앞에서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게 멤버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대로 더 음악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것뿐입니다(웃음).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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