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분간 이어진 분노, 토로, 눈물의 기자회견. 그 끝은 미소였다.
지난 25일 열린 어도어 민희진(44) 대표의 기자회견은 파격적이고 감성적이었다. 대개 ‘기자회견’이란 표현에서 연상되는 예의 바른 공적 언어, 극도로 제한된 감정 표현은 시작과 끝 사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민 대표는 모기업 하이브의 행각을 지적하며 눈물, 욕설, 외침을 쏟아냈다.
시작부터 격정적인 건 아니었다. 처음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 입장했을 때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두운 표정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뗐다. 계속되는 사진 촬영과 플래시 사용 등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며 잠시 기자회견을 중단한 뒤, 말하는 도중에는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자신이 디렉팅한 그룹 뉴진스 멤버들과의 관계를 이야기 할 때는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하이브 얘기를 할 때는 정색을 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직접 일어서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및 다른 직원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는 ‘강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렇게 135분. ‘민희진이 어도어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는 보도가 터져나온 지 사흘 만에 민 대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잊지 못할 강렬한 방식으로 못 박았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기자들은 앞다투어 민희진에게 달려와 명함을 나눠주었다. 모든 걸 쏟아낸 민희진의 목은 거칠게 쉬어 있었으나, 그는 웃었다.
이날 “10년을 우울증으로 정신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힌 민희진. 이에 대해 엑스의 한 이용자는 “10년의 정신과 치료보다 단 1번의 기자회견이 효과적이었을 듯”이라는 웃지 못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민 대표가 웃으며 덧붙였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내용이 담긴 ‘경업금지 조항’에 관한 내용은 이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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