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모회사와의 경영권 분쟁 명분으로 그룹 아일릿의 그룹 뉴진스 카피(표절) 문제를 꼽고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K팝 업계에 온전한 독창성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한 ‘아류’라는 민 대표의 주장은 업계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예술 분야에 있어 어떤 레퍼런스(참고 사항)도 없이 창작된 결과물은 없기 때문에, 유사성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어도 카피를 주장하며 상대 그룹을 거칠게 비난할 수는 없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 대표가 일컫는 카피는 업계에서 흔히 ‘장르적 유사성’ 혹은 트렌드로 받아들인다는 것.
김도헌 대중문화 평론가는 특히 “그룹 간 카피 문제는 민 대표가 화두를 던져 조명됐을 뿐, 기존 업계 내부에서는 지적된 바 없다”며 “카피 문제에 대해 언론에서 ‘과거부터 이어져 온 악행’이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대중음악에 있어 온전한 창작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그룹 싸이커스는 그룹 에이티즈의 영향을 받고, 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프로듀서 지코의 영향을 받아 상당한 유사성을 띠지만, 카피 문제는 제기된 바 없다. 특히 뉴진스는 가요계에 남긴 족적이 대단하니 영향을 안 받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한 그는 “민희진 대표가 감각을 발휘해서 뉴진스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아일릿 역시 그들만의 감각으로 대중의 성원을 끌어낸 것”이라고 평했다.
법조계 역시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민 대표의 주장에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법적 관점에서 아티스트의 콘셉트에 저작권을 부여하기가 어렵다는 관점이다.
이용해 yh&co 대표 변호사는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저작물성이 전제돼야 한다”라며 “국내 저작권법은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 보호하고 있으며 아이디어는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청량’, ‘몽환’과 같은 콘셉트는 표현되지 않은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저작물성이 없지만, 표현으로 나타난 뉴진스의 의상과 헤어에는 저작물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선보이고 있는 헤어와 의상이 오로지 뉴진스만의 독자적인 콘셉트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보통 대중문화라는 게 레퍼런스가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저작물성으로 인정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사성은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민 대표의 주장은 트렌드에 맞춰 출시되는 무수한 콘텐츠들이 모두 타 콘텐츠의 카피라는 논리적 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의 공감도, 법적 근거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일릿을 뉴진스의 카피라고 섣불리 단정 짓고 비난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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