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4년 4월 1주 : 김현철 ‘달의 몰락’(5위)
◆가수 김현철은,
김현철은 그의 재능을 알아 본 동아기획에 캐스팅 돼 1989년 1집 ‘김현철 Vol.1’로 데뷔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춘천 가는 기차’는 상당한 히트를 치고 수록곡 ‘아침 향기’ 등도 인기를 끌면서 단 번에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데뷔 앨범은 대한민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1차 선정 27위, 2차 선정 17위, 3차 선정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 교통사고를 당해 2년여의 공백을 겪었지만 이후 앨범 역시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승화느 토이, 전람회 등과 함께 1990년대 음악 전성기를 이끌던 한 축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까지도 앨범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부터 MBC FM4U의 ‘오후의 발견’을 시작으로 꾸준히 라디오 DJ로 활동했고 지난해 11월부터는 MBC 표준FM의 ‘김현철의 디스크쇼’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12집 앨범 ‘겨울아 내려라’를 발매했다.
◆‘달의 몰락’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2집까지는 알만한 사람만 아는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끈 가수였다면,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1993)의 타이틀곡 ‘달의 몰락’을 기점으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게 됐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이 곡으로 처음 서면서 ‘가요톱10’에서 최종 3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사랑하는 여자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를 시적으로 표현하면서 당시 대중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곡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무려 50만장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싱어송라이터 김현철의 음악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미니 인터뷰
Q. 3집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의 ‘달의 몰락’이 ‘가요톱10’ 최종 3위까지 오르는 등 크게 흥행했었는데.
A. ‘그대안의 블루’(1993)가 인기를 얻으면서 3집부터 본격적인 방송 출연을 시작할 때였죠. 사실 그 당시엔 TV 활동하는 걸 꺼렸던 시기였는데, 동아기획(당시 김현철의 소속사) 대장(사장)이 ‘이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어요. 그랬기 때문에 3위까지 올라갔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고요.
그렇잖아요. 저도 중학교 2학년일 때 공연장에서 보고 들국화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땐 방송활동은 고사하고 앨범도 나오지 않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즈음 앨범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들국화를 좋아한다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하니까 괜히 싫은 느낌? ‘나만의 들국화였는데…’라는 생각에서 괜히 심통을 부린 거였죠. 저 역시 마니아 팬들이 방송 활동 이후 많이 떨어져 나갔어요. 제가 들국화에게 느꼈던 감정을 제 팬들이 느낀 게 아닐까요? 결론적으론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것에 감사하지만, 꽤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Q. ‘달의 몰락’은 어떤 곡인가?
A. ‘달’은 내가 좋아하던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의미하죠. 그 달이 몰락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희망사항을 담은 곡이랄까요? 하하. ‘전설의 고향’이나 호러 영화에서 보면 달이 뜨는 밤에 몰락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거기서 착안한 거죠. 많은 분들이 경험담이냐고 묻는데, 그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하하.
Q. 3집 앨범을 냈던 시기는 사고로 2년여의 공백을 지낸 후이기도 하고, ‘인기가수’ 반열에 올려놓은 앨범이기도 해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맞아요. 저에겐 터닝포인트가 된 앨범이죠. 언더그라운드에 있던 가수인데 3집 앨범을 통해서 언더그라운드는 물론 대중적인 가수가 되는 데 일조한 앨범이니까요. 그 다음 곡이 ‘왜그래’였잖아요. 정신 못 차리고 춤까지 췄다니까요?(웃음) ‘달의 몰락’이 시발점이 된 거죠. 이 곡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예요.
Q. 이 곡이 지금까지도 많은 후배에 의해 다시 불려지는 이유는 뭘까.
A. 일단 노래 자체가 쉬워요. 제 곡 중에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곡 안 되는데 그 중에 하나죠. 사실 남자들이 히트시켜준 곡이라고 생각해요. 술 먹고 노래방에서 내지르면서요(웃음).
Q.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A. 큰 무대, 작은 무대 가리지 않고 계속 공연하고, 라디오 등 방송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월에 12집 ‘겨울아 내려라’를 발매했고요. 이제 13집이 나와야 하는데 어떤 음악으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인 단계입니다.
Q.앞으로의 활동 방향성도 들려달라.
A. 사실 전 목표라는 게 없어요. 목표가 인생에서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원인이 돼서 스스로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 조금 그렇더라고요. 무엇보다 요즘 음악이 너무 재미있어요. 13년 동안 앨범을 내지 않다가 10집 앨범을 냈는데 그때부터 부담을 완전히 내려놓는 방법을 알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음악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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