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볼하트 안한 죄’… 스타에게 ‘포즈’의 자유를 줘야 할 때
배우 류준열이 지난 20일 열린 한 패션브랜드 포토콜 행사에서 ‘하트 포즈’를 취하지 않으면서 뒷말에 시달리고 있다. ‘팬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류준열은 모두가 알고 있듯 최근 떠들썩한 공개 연애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5일 하와이 목겨담으로 시작한 열애설 제기, 16일 교제 인정, 17일 입국, 19일 포토콜 행사로 이어지는 숨가쁜 상황 가운데 수십대의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는 포즈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다소 황당한 논란이다.
이날 행사장에서 류준열이 하트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만약 하트 포즈를 취했다면 어땠을까. 포즈를 거부한 것보다 더 큰 뒷말을 만들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 행사마다 목적이 다른데도, ‘볼하트 포즈’는 ‘복붙’
최근 세계적인 명품 엠버서더로 활동하는 스타들이 늘고, 국내 연예인들의 글로벌 영향력도 확대되면서 명품 등 각종 브랜드의 포토콜 행사도 늘고 있다. 브랜드마다 지향이 다르고, 행사의 분위기도 때때로 바뀌지만 참여하는 스타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 있다. 바로 하트 포즈, 그 중에서도 ‘볼하트 포즈’다.
브랜드의 포토콜 행사 뿐만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알리는 제작발표회와 시사회 자리는 물론이고 작품 홍보를 위해 내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기자회견이나 레드카펫 행사 때도 어김이 없다.
최근 ‘듄:파트2’ 프로모션을 위해 내한한 티모시 샬라메는 기자회견, 레드카펫을 오가면서 볼하트 포즈를 열심히 취했다. 지난해 내한한 톰 크루즈 역시 볼하트 요청에 응했다.
공항 패션을 선보이는 해외 출국 때는 어떤가. 궂은 날씨에 강풍이 몰아치는 순간에도 스타들은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볼하트 포즈를 취한다.
물론 스타들이 포토콜이나 공항 출국 당시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볼하트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고 스타를 향한 호감도를 높인다. 아이돌 스타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볼하트 포즈는 ‘포토카드’ 못지 않게 소장 욕구를 일으킨다.
덕분에 볼하트 포즈는 스타와 팬의 거리를 좁히는 ‘팬서비스의 상징’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실제로 작품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고현정은 최근 포토월 행사들에 참여하면서 매번 수줍은 미소와 함께 볼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친근하고 색다른 매력으로 친밀감을 높였다.
하지만 외모도, 스타일도, 성향도, 이미지도, 심지어 나이도 다른 스타들이 동일하게 ‘하트’ 포즈를 요청받는 데서 난관은 시작된다. 만약 공개적으로 요청을 받고도 포즈를 취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암묵적인 약속을 깬 듯 뒷이야기에 시달리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 이번 류준열을 둘러싼 잡음이 대표적이다.
만약 류준열이 이날 포토콜 행사에서 하트 포즈 요청을 받아들여 볼하트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한소희를 향한 볼하트’라는 제목이 붙어 온갖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했을지 모를 일이다. 또 다른 구설의 빌미가 되고도 남을 일이다.
● 류준열 이전에, 송중기부터 박서준까지 ‘하트’ 포즈 곤혹
그동안 공개된 자리에서 볼하트 포즈를 요청받았지만 그대로 응하는 대신 다른 포즈를 취한 스타들은 종종 있었다. 배우 송중기와 박서준, 박형식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개적으로 요청받은 볼하트 포즈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소 부정적인 시선에도 시달려야 했다.
송중기는 지난 2022년 11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소개한 뒤 함께 출연한 배우 이성민, 신현빈과 함께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볼하트 포즈를 요청받았지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송중기는 “왜 그렇게 손 하트를 좋아하느냐”고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의 취향, 원하는 대로 포즈를 취할 자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송중기가 볼하트를 하지 않자 뒷말이 흘러나왔다. 작품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공개적인 요청을 거부했다는 게 주된 비판의 내용이었다. 일부에서는 ‘태도 논란’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런 송중기는 지난해 영화 ‘화란’과 올해 ‘로기완’을 소개하는 제작보고회 때는 하트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달라진 송중기의 태도를 주목하는 시선이 제기됐다. 안해도 문제, 했더니 또 문제를 삼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에 송중기는 ‘로기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자리에서 볼하트 포즈와 관련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획일적인 제스처(포즈)를 하는 게 재미없을 것 같았다”는 송중기는 “그런 의도(포즈 거부)가 아니었지만 저의 태도가 그렇게 비쳤다면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행사의 성격이나 분위기에 상관없이 매번 볼하트 포즈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 의문을 품은 송중기의 의견을 반박하기는 어렵다. 스타들이 보여주는 볼하트 포즈는 팬과 소통하는 친근한 교류의 동작이지만, 모두가 똑같이 그걸 따라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배우 박서준 역시 지난해 7월 한 명품 브랜드 포토콜에 참석해 취재진으로부터 하트 포즈를 요청받았지만 따르지 않았다. 대신 당시 상황과 분위기에 맞춰 포즈를 취하고 포토콜 현장을 떠났다. 이후의 상황은 류준열, 송중기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팬서비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어났고, 같은 시기 볼하트 포즈에 응하지 않은 배우 박형식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하트 포즈를 안해 구설에 휘말린 박서준은 직접 해명까지 해야했다.
박서준은 팬카페를 통해 “애초 팬분들에게는 마음이 많이 열려서 이제 그런 요청(볼하트 포즈)이 덜 부끄럽고 잘 해야지 마음을 먹었다”면서도 “공식석상에서는 솔직히 마음이 어렵더라. 눈 꼭 감고 하면 되는데 잘 안 되는 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짜인 각본에 맞춰 연기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자연스럽게 자신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볼하트 포즈를 취하기가 어렵다는 심경 토로였다.
이에 더해 박서준은 해당 브랜드 측으로부터 하트 포즈는 자제해달라는 사전 요청을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 ‘K하트’ 진화도 좋지만, 포즈의 자유 필요한 때
국내서 ‘하트’와 관련한 포즈의 역사는 깊다.
처음 양손을 번쩍 들어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그리는 포즈로 시작한 일명 ‘K하트’는 손가락 두개를 작게 모아 만드는 ‘손가락 하트’로 진화했다. 요즘은 손을 동그랗게 모아 볼 옆에 두고 하트 모양을 만드는 ‘볼하트’의 시대다.
‘K하트’는 이제 할리우드 스타들도 따라하는 친근함의 상징으로 통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똑같이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드라마틱하게 진화한 ‘K하트’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K포즈’로 강요되는 분위기도 분명 존재한다.
원하는 대로 포즈를 취할 자유, 지금 스타들에게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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