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우리나라 괴담 중 빠질 수 없는 게 물귀신 이야기다.
한에 사무친 원귀가 계곡에 놀러 온 이의 발목을 잡아채 빠져 죽게 만든다는 소문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계곡이 깊이와 물살을 종잡을 수 없고,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물귀신에 대한 공포감은 더 크다.
그렇다면 타일이 깔린 직사각형의 웅덩이, 소독제를 잔뜩 푼 물에서 튀어나오는 수영장 악귀는 어떨까.
브라이스 맥과이어 감독이 연출한 할리우드 공포 영화 ‘나이트 스윔’은 부잣집 뒷마당 수영장에 출몰하는 귀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소재는 독특하지만, 이사한 집에서 악령을 맞닥뜨린 가족이 그에 얽힌 비밀을 찾아간다는 전형적인 미국식 공포 영화의 스토리를 따라간다.
난치병으로 마운드를 떠난 전직 야구선수 레이(와이어트 러셀 분) 가족이 이 비극의 주인공이다.
레이는 요양할 만한 집을 찾다가 뒷마당에 수영장이 딸린 저택에 매료돼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이사한다.
레이는 수영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수중 재활에 힘쓴다. 수영한 이후부터 병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레이는 수영에 더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특히 어린 딸과 아들은 괴이한 모습의 귀신까지 목격한다.
아내는 수십 년 전 이 집 수영장에서 한 아이가 익사했다는 이야기를 이웃에게서 듣고서 집을 옮기자며 남편을 설득한다.
이미 귀신에 홀린 레이는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까지 한다.
나머지 가족에겐 수영장의 귀신보다 레이가 더 공포의 존재다.
맥과이어 감독은 평소 느꼈던 물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담아 이 작품의 각본을 썼다.
특히 어린 시절 불 꺼진 수영장에서 영화 ‘죠스’를 보는 동안 들었던 “수영장 아래 깊은 곳에서는 어떤 끔찍한 것이 떠오르고 있다는 확신”이 영화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영화 속 귀신의 모습은 식인 상어만큼 사나워 보이거나 무시무시하지 않다. 귀신은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해보려 하지만, 타이밍이나 위치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스토리 역시 그간 많이 봐 온 여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20일 개봉.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rambo@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