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망생 역할 맡아 ‘발연기’ 연기해 화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발연기’를 많이 연구했는데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긴장감에서 나오는 조이는 듯한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더 과장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조금만 연기를 잘해도 감독님이 NG를 주셨어요.”
배우 남보라는 지난 17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 이른바 ‘발연기’를 선보여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남보라가 연기한 정미림은 변호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배우의 꿈에 도전한다는 설정인데, 부족한 연기력 탓에 연달아 오디션에서 떨어진다. 미림은 오디션에서 그야말로 눈을 뜨고 보기 힘든 어색하고 과장된 연기로 드라마 속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지난 14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남보라는 “그 장면에서 감독님이 ‘지금 너무 연기를 잘한 것 같아, 더 못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면서 NG를 줬다”고 털어놨다.
남보라는 “과장해서 목소리 톤을 끌어올리거나 이상할 정도로 과호흡하면서 연기했다”며 “오디션장에서 남보라가 1만큼 긴장한다면, 그 장면의 미림이는 20정도 긴장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효심이네 각자도생’은 3남 1녀 가운데 셋째인 주인공 이효심(유이 분)이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다가 독립적인 삶을 찾는 과정을 다룬 가족드라마다.
고시원에 살면서 배우가 되기 위한 오디션을 준비하는 미림은 같은 고시원에서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효심의 오빠 이효준(설정환)과 가까워진다.
미림은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진 끝에 생계를 위해 다시 변호사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고시원을 떠나는데, 이후 효준의 아이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미림은 효준과 결혼하기로 하고 시댁살이를 시작한다.
미림은 자신의 임신으로 충격받아 머리를 싸맨 시어머니 앞에서 “아이 태명을 ‘당근이’로 지었다”고 말하고, 효준을 타박하는 시누이 효심에겐 “내가 효준을 책임지겠다”고 시원하게 말하는 인물이다.
남보라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미림의 모습에서 쾌감을 느꼈다”며 “평소 제 성격은 조심하고 주저하는 편이라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미림이처럼 시원하게 말을 못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남보라는 드라마에서 그가 연기한 미림보다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주인공 효심과 비슷한 이력을 가진 배우다.
남보라는 2005년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 속 코너 ‘천사들의 합창’에서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남보라를 비롯한 열 한 명 남매의 일상을 다룬 이 프로그램에서 남보라는 엄마처럼 동생들을 돌보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남긴 강한 인상 덕분에 배우로 데뷔한 이후로도 남보라에게는 ‘K-장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남보라는 “효심이를 제3자 입장에서 보면서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며 “효심이의 결정 대부분이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고, 그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이런 기분이겠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극 중 효심은 로스쿨에 가겠다는 효준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피트니스 센터 직원으로 새벽부터 일한다. 가족을 버리고 사라졌던 아버지가 급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말에 효심은 간을 이식해주기로 한다.
“대본에 이입되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효심이한테 말을 걸게 되더라고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네 꿈을 찾아가도 돼’ 하고요. 그리고 그런 말들을 저한테도 해주고 싶었어요.”
남보라는 2006년 시트콤으로 데뷔해 올해로 18년이 지났다. 거의 매해 새로운 작품에 출연해왔지만, 아직 배우로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남보라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남보라는 특히 이번 작품에서 ‘발연기’ 장면을 소화하고 시어머니께 기운을 북돋아 주겠다며 난데없이 춤을 추는 등 망가지는 모습도 연기하면서 ‘시청자를 즐겁게 하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깨달은 건, 배우는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하든 시청자들이 봐주시는 시간이 아깝지 않게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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