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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딸…황당한데 절박해서 더 웃긴 ‘닭강정’

연합뉴스 조회수  

류승룡·안재홍 콤비의 능청 연기…’극한직업’ 이병헌 감독·각본

드라마 '닭강정'
드라마 ‘닭강정’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사장님, 민아 씨를 보세요. 닭이에요. 아니? 닭 쪼가리예요. 닭 쪼가리인데 튀겨지고 양념에 버무려졌어요.” “그만!”

넷플릭스가 15일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 2회에서 두 주인공 고백중(안재홍 분)과 최선만(류승룡)이 나누는 대화의 한 토막이다.

이 드라마는 닭강정으로 변한 최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해 민아의 아버지인 최선만과 선만의 회사 인턴사원이자 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의 분투를 다룬다. 황당한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설정이다.

드라마 '닭강정'
드라마 ‘닭강정’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아는 어느 날 닭강정 한 상자를 손에 들고 아버지 선만이 운영하는 영세한 회사 ‘모든기계’에 가는데, 선만이 화장실에 간 사이 백중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구석에 놓인 못 보던 기계에 눈길이 간다.

보라색 캐비닛처럼 생긴 이 기계는 백중이 이날 출근길에 회사 앞에 놓인 것을 발견해 들여놓은 것인데, 사람이 선 채로 들어가기에 딱 알맞은 크기다.

백중은 이 기계가 거래처에서 보낸 ‘피로를 풀어주는 기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중에게 기계에 대해 설명받던 민아는 “어제 열 일곱시간밖에 못 자서 피곤하다”며 성큼성큼 기계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백중은 그런 민아를 보다가 실수로 손에 들고 있던 닭강정을 바닥에 떨어트린다. 이 모습을 본 민아가 무심코 “어? 닭강정!”이라고 외치는데, 그 순간 기계 안이 연기로 가득해지더니 민아는 사라지고 닭강정 한 조각만 남는다.

민아가 닭강정으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한 백중은 마침 화장실에서 돌아온 선만에게 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설명하고, 두 사람은 혼란 속에 민아를 되돌리기 위해 수상한 기계의 정체를 조사한다.

드라마 '닭강정'
드라마 ‘닭강정’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닭강정’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엉뚱한 설정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재미와 웃음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르는 선만, 백중의 절박한 심정과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이루는 대비가 때로는 실소를, 때로는 폭소를 끌어낸다.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선만과 백중은 식사하러 나갔던 다른 직원(김남희)이 자리에 돌아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런데 책상 위에 있던 닭강정이 눈에 띄지 않고, 선만과 백중은 닭강정이 된 민아가 먹혀버린 것으로 오해하고 오열한다.

다행히 닭강정이 된 민아는 직원의 손에 다른 닭강정 조각들과 섞여 냉장고에 들어있었다. 여러 조각 가운데 어떤 것이 민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선만과 백중은 민아가 닭강정을 산 식당으로 간다.

선만과 백중은 닭강정 집 사장을 만나 ‘어떤 게 이 집에서 파는 닭강정과 다른지 봐 달라’고 부탁하려고 하다가 수상한 사람들로 몰려 쫓겨나는데, 이 과정에서 상자에 든 닭강정들이 쏟아지고 식사 중이던 손님들의 닭강정과 뒤섞인다.

허겁지겁 닭강정 조각들을 줍던 선만과 백중은 어린아이가 닭강정 한 조각을 깨무는 것을 보고 하늘이 무너진 듯 좌절하고 통곡한다.

드라마 '닭강정'
드라마 ‘닭강정’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웃음을 유발하는 황당한 ‘닭강정’의 설정은 그것이 진짜인 것처럼 능청스럽게 몰입한 류승룡과 안재홍의 연기력을 만나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드라마는 백중이 노란 바지에 분홍색 셔츠, 파란 조끼 차림으로 출근길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안재홍은 백중의 우스꽝스러운 옷차림은 물론 막춤과 어색한 노래, 행동거지를 연기했다.

류승룡은 직원들에게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장난기 넘치는 선만 역할을 맡아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력을 뽐냈다. 선만은 평소 정중하고 깍듯한 말투를 쓰다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 욕설을 내뱉어 웃음을 끌어낸다.

선만과 백중이 주고받는 대사는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을 이끌었던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머 감각이 묻어난다. 이 작품의 각본은 이 감독이 썼다.

특히 몇몇 대사는 웃음을 주는 동시에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시청자가 쉽게 이해하게 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1회에 이 일을 경찰에 신고할지를 의논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선만은 “자네가 경찰이야. 어떤 사람이 자기 딸이 닭강정으로 변했대. 그럼 어떻게 하겠나?”라고 묻고, 백중은 “친절하게 끊어버리겠죠.”라고 답한다.

매회 30분 안팎의 짧은 미드폼을 채택한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10부작을 다 합쳐도 다섯시간 만에 정주행할 수 있어 긴 영상이 부담스러운 시청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jaeh@yna.co.kr

연합뉴스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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