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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셀린송·유태오, 아카데미 작품상·각본상 불발…이변 없이 ‘오펜하이머’ 7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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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셀린 송 감독이 만든 유태오 주연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가지 못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불발된 것.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영화 ‘오펜하이머’는 7관왕에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진행은지난해 이어 미국 코미디언 지미 키멜이 맡았다.

이번 오스카의 작품상 영예는 ‘오펜하이머’에게 돌아갔다. 제작자는 “영화가 탄생한 건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고 천재적인 감독님에게 감사하다”며 “우리가 하는 일의 가장 멋진 부분은 팀워크의 협력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자 제작자로서 영화를 사랑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며 “너는 20년 넘도록 엠마, 크리스와 함께 작업해왔다. 5개의 영화를 만들었다. 신나고 황홀한 경험이었다. 훌륭한 팀과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신나는 경험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개발 프로젝트를 다룬 작품이다.

작품상을 두고는 ‘오펜하이머’를 비롯해 ‘추락의 해부’, ‘패스트 라이브즈’, ‘바비’, ‘아메리칸 픽션’, ‘바튼 아카데미’, ‘플라워 킬링 문’,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가여운 것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경쟁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 여부가 주목받았으나 불발됐다. 이날 작품상 시상은 영화 ‘대부’의 50주년을 기념해 알 파치노가 맡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CJ ENM과 A24의 공동 투자배급했으며, 유태오가 주연을 맡았다. 셀린 송 감독은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부친은 영화 ‘넘버3’로 알려진 손능한 감독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각본상도 가져가지 못했다. 각본상의 주인공은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 아서 하라리였다. 쥐스틴 트리는 “감사하다. 중년의 위기에서 이렇게 상을 받게 돼서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올 한 해 정말 정신이 없었다. 오늘 밤 화려한데 저희가 최초 했던 작업과 대조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해준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도 전했다. 아서 하라리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정신없던 작업이었다”고 돌아봤다.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를 중심으로 밝혀질 사건의 전말에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다.

남우주연상은 ‘오펜하이머’ 킬리언 머피가 수상했다. 그는 동료들,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우리가 원자 폭탄을 만든 사람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 때 우리는 그 사람이 만든 이 세계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평화를 이 땅에 가져올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이 차지했다. 앞서 라이언 고슬링의 공연을 함께 즐겼던 엠마 스톤은 “드레스가 뜯어졌다. 켄 공연 볼 때 너무 신났나보다”라며 드레스 뒷편의 뜯어진 일부분을 보여줬다. 엠마 스톤은 “감격했다. 제 목소리도 쉬어 있어서 양해부탁드린다”며 “이 무대에 올라 있는 모든 배우들, 그리고 함께 후보에 오른 모든 분들과 이 상을 나눈다. 이 모든 것을 우리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앞으로도 함께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의 아름다움이다. 모두 함께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깊은 영광을 느끼며 출연진, 제작진, 스태프, 그리고 이 영화에 사랑과 재능을 아끼지 않아주신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눈다”면서 울먹였다.

라이언 고슬링은 영화 ‘바비’ 속 켄 모습으로 분장해 이 영화의 주제가 ‘아이엠 저스트 켄(I’m Just Ken)’을 부르는 축하 공연을 펼쳤다. 핑크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라이언 고슬링은 화려한 구성과 안무, 그리고 열정적인 가창을 선보였다. 중간중간 엠마 스톤에서 마이크를 넘겨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바비’의 그레타 거윅, 마고 로비 등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담은 다큐멘터리 ‘마리우폴에서의 20일’에게 돌아갔다. 엠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감독은 “우크라이나의 첫 아카데미 상”이라며 “이 영화를 만들 일이 없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거나 공격하지 않은 그런 역사와 맞바꿀 수 있다면 교환하고 싶다”고 소감을 발했다. 객석의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치며 격려했다.

미국 프로레슬링선수 겸 배우 존 시나가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의상상을 수상하는 연출도 있었다. 197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 남성이 수상자 호명 때 나체로 무대에 난입했던 사건을 재연한 것. 무대 세트 뒤에서 선뜻 나오는 것을 망설이는 존 시나에게 지미 키멜은 “남자의 몸은 웃음거리가 아니다. 뭐 어떠냐”라고 말했다. 이에 존 시나는 “내 몸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지미 키멜은 “발가벗고 레슬링도 하지 않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작)
▲작품상=’오펜하이머’
▲감독상=크리스토퍼 놀란(‘오펜하이머’)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오펜하이머’)
▲여우주연상=엠마 스톤(‘가여운 것들’)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오펜하이머’)


▲여우조연상=데이바인 조이 랜돌프(‘바튼 아카데미’)
▲각본상=’추락의 해부’
▲각색상=’아메리칸 픽션’
▲음악상=’오펜하이머’
▲주제가상=’바비’ 왓 워즈 아이 메이드 포(What Was I Made For?)
▲음향상=’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미술상=’가여운 것들’
▲분장상=’가여운 것들’
▲의상상=’가여운 것들’
▲촬영상=’오펜하이머’
▲편집상=’오펜하이머’
▲시각효과상=’고질라 마이너스 원’
▲장편 애니메이션상=’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단편 애니메이션상=’워 이즈 오버!’
▲장편 국제영화상=’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장편 다큐멘터리상=’마리우폴에서의 20일’
▲단편 다큐멘터리상=’더 라스트 리페어 샵’
▲단편 영화상=’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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