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레슬러 겸 배우 존 시나가 알몸으로 오스카상 무대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11일 오전(한국시간, 현지시간 10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개최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의상상 시상자 존 시나가 사회자 지미 키멜과 함께 상황극을 연출했다.
의상상 시상에 앞서 지미 키멜이 “쇼킹했던 순간의 50주년”이라며 “1974년 제4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호명하던 중 한 남자가 발가벗고 무대를 가로질렀다. (오늘도) 무대에 홀딱 벗은 남성이 (무대를) 가로지른다면 어떻겠나. 정말 놀랍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배우들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웃었다.
그러자 갑자기 무대 뒤에서 시상자인 존 시나가 얼굴을 빼곰히 내밀었다. 처음에는 상반신만 보이는데 옷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존 시나를 보고 지미 키멜은 “뭐 하는 거예요. 당신은 (알몸으로) 무대를 가로질러 뛰어야 하잖아요”라며 준비된 연기를 펼쳤다. 이는 1974년 사건을 할리우드식으로 패러디 한 것.
“마음이 바뀌었어요”라며 부끄러워하는 존 시나. “하기 싫어요. 이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점잖은 자리잖아요. 남자의 몸은 웃음거리가 아니에요”라는 존 시나의 말은 연이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서 지미 키멜은 “정말 안 해요? 그럼 상이나 주세요”라고 끝까지 유쾌하게 연기를 펼쳤다.
존 시나는 마지못해 주요 부위를 수상자 명단이 들어간 카드로 가리고 조심스럽게 무대로 나왔다. “옷, 정말 중요하죠. 아마 제일 중요할 거예요”라며 울먹이는 존 시나의 모습은 끝까지 프로다웠다.
이후 지미 키멜과 미리 대기하던 직원들의 도움으로 존 시나는 겨우 옷을 입을 수 있었고 시상을 이어갔다. 이날 의상상 수상작은 영화 ‘가여운 것들’이었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관하는 미국 최대의 영화상이다. 올해에는 국내 투자배급사 CJ ENM이 미국의 유명 영화 스튜디오 A24와 손잡고 투자한 ‘패스트 라이브즈’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넘버3’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기도 한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한국 배우 유태오 및 한국계 미국인 연기자 그레타 리가 주연을 맡아 주목받았다.
안정윤 에디터 /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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