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인 TV조선 ‘미스트롯3’의 우승자가 정서주로 정해진 가운데 평가 방식이 불공정하다는 일방적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실시간 문자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가 전체 1등을 할 순 없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트로트의 확장성 등을 고려하면 제작진이 세운 다양한 평가 기준은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방송으로 끝나는 트로트 가수가 아니라, 다양한 대중들에게 통할 수 있는지가 더 반영된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TV조선 ‘미스트롯3’ 최종회에서 정서주가 진을 차지한 모습이 나왔다. 정서주의 우승과 관련하여 누리꾼 사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문자 투표에서 3위를 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공개된 문자 투표수는 배아현이 24만 6016표, 오유진이 23만 6016표, 정서주가 19만 7025표로 최종 우승자인 정서주의 득표수가 세 번째인 상황.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서바이벌에서 문자 투표 3위가 우승을 거둔 건 처음”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미스트롯3’ 결승전의 진선미는 마스터 점수와 대국민 투표 점수를 합산해 선정됐다. 마스터 점수 1500점과 대국민 투표 점수 1500점으로 3000점 만점이다. 여기서 대국민 투표 점수는 ‘온라인 응원 투표 500점, 음원 점수 300점, 실시간 문자 투표 700점’으로 이루어졌다. 정서주는 실시간 문자 투표에 이어 온라인 응원 투표에서도 배아현에게 밀렸다. 1위를 한 배아현은 500점으로 만점을 차지했고 정서주는 477.58점을 기록해 2위였던 것. 투표에 의한 인기는 배아현이 가장 앞섰다.
음원 점수는 정서주가 선두였다. 정서주가 300점으로 1위, 배아현이 118.29점으로 2위를 나타냈다. 점수로 보면 정서주의 점수가 배아현과 2배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월등히 앞섰지만, 일부 누리꾼은 음원 점수를 평가 항목으로 넣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단 반응을 보였다.
역대 ‘미스트롯’ 시리즈엔 음원 점수가 결승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로 연령대가 높아 음원 사이트를 즐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 따라서 발라드 위주로 경연한 정서주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 분야에서 임영웅이 ‘우리들의 블루스’로 지난해 가장 많은 저작권료를 받았다고 했다. 트로트 또한 K팝과 마찬가지로 음원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결승 점수에 ‘음원’을 넣는 건 트렌드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란 지적이 자연스럽다.
음원에 이어 마스터 점수 또한 정서주가 1485점으로 가장 높았다. 2위를 차지한 배아현은 1483점을 기록했다. 순위가 갈리긴 했지만 마스터 점수는 2점 차라 변별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음원 점수가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쳐 정서주가 1위의 영예를 누린 것이다. 인기 투표보다 음원 성적으로 갈린 이번 결과에 대해 일부 누리꾼은 “이럴 거면 유료 문자 투표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스트롯3’를 제외한 다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문자 투표 1위가 최종 우승을 차지해 왔다. 인기투표에서 1위를 해야 서바이설 우승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지난해 방영한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이하 ‘스우파2’)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 베베의 사례도 그렇다.
베베의 리더 바다는 ‘스우파2’ 방영 전부터 카이, NCT 등 유명 K팝 아티스트들과 작업하여 인기가 있었다. 이는 ‘스우파2’ 미션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미션에는 대중 평가가 높은 비율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동영상 조회수와 투표수가 점수에 크게 반영되는 미션마다 베베는 상위권을 차지했다. 베베의 실력이 출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의 기존 인기가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베베의 인기는 양날의 검이 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우승하길 바라는 건 팬으로서 당연지사다. 문자투표까지 적극 참여해 1등을 만들었으니 전체 1등을 못한 데 따른 아쉬움은 배가됐을 터다. 하지만 인기 투표가 곧 전체 1위가 되는 건 아니다. 평가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정서주가 발라드 위주의 경연을 통해 음원 점수를 끌어올린 건 전통적 트로트 관점에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트로트가수가 대중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우승자는 정해졌다. 우승해야만 대중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배아현도, 정서주도 프로그램 종영과 함께 각자의 길을 걸으면 된다. 팬들은 이제 지난 투표의 아쉬움은 뒤로하고 그들의 앞날을 응원할 때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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