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론 조작 파헤치는 기자 연기…27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살인범을 쫓는 형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손석구가 이번에는 열혈 기자가 돼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손석구는 오는 27일 개봉하는 안국진 감독의 신작 ‘댓글부대’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의 실체를 파헤치는 기자 상진 역을 맡았다. 천만 영화 ‘범죄도시 2′(2022)에서 잔혹한 빌런을 연기했던 그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우리의 현실과 맞닿은 소재를 다룬 영화예요. 다큐멘터리 같은 블랙 코미디처럼 보이죠. 관객에겐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확 와닿는 게 있을 거예요.”
손석구는 4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에서 열린 ‘댓글부대’ 제작보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댓글부대’는 상진이 대기업 비리에 관한 기사를 썼다가 오보로 판명돼 정직당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진은 자기 기사가 오보로 돼버린 게 온라인 댓글부대의 공작이라는 제보를 받고, 이들의 정체를 파고든다.
이 영화의 서스펜스는 손석구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라는 데서 나온다.
안 감독도 “기존 범죄물의 소재와는 달리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인터넷 세상 속의 이야기와 음모론 같은 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소개했다.
관객을 온라인 여론 조작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게 주인공 상진이다.
손석구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엄청난 책임감이 따르는 직업이고, 두려움도 많이 따를 것 같았다”며 “기자들이 그런 책임감과 무게를 견디면서 일하는 게 존경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상진은 정의감에 찬 기자라는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손석구는 “정의감을 가진 캐릭터는 그다지 재미없지 않나”라며 “(상진을) 열 명이 본다면 다 정의감이라고 할 수 없고, 누군가에겐 그릇된 믿음일 수 있다. 이 점이 영화의 주제와도 통한다”고 했다.
그는 “속된 말로 ‘기레기’란 말까지 들어가면서 상진이 일련의 선택을 통해 점점 미궁으로 빠져드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댓글부대’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장 작가도 신문사 기자 출신이다.
제작진은 신문사의 업무 현장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손석구는 “종로에 있는 건물을 한 채 빌려 언론사 세트장을 만들었는데, 엄청났다. 신기할 정도로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건 ‘팀알렙’이라는 이름의 댓글부대다. 온라인 아이디를 연상케 하는 찡뻤킹(김성철 분),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이 멤버들이다.
안 감독은 캐릭터의 생동감을 살려내는 데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시나리오에 배우를 맞춰가기보다는) 배우의 성격에 맞게 장면을 맞춰가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손석구와 김동휘는 합숙까지 함께하며 연기 호흡을 맞췄다. 손석구는 “서로 완전히 융합됐다”며 “합숙하면서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상당히 웃기기도 한다”고 했다.
안 감독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로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고도 유쾌하게 풍자해 충무로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선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시 한번 한국 사회를 들여다본다.
안 감독은 “한국적인 독창성이 강한 이야기, 전 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가 그렇게 잘 나온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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