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인기가 원인…디즈니+ 왕좌 다툼 ‘로얄로더’ 공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재벌 자녀가 형사가 돼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물 ‘재벌X형사’, 재벌 3세인 친구와 위장 결혼하는 단역 배우의 로맨스 ‘웨딩 임파서블’, 재벌가를 차지하기 위한 밑바닥 인생들의 싸움을 그린 누아르 ‘로얄로더’.
한국 드라마의 재벌 사랑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TV 드라마가 재벌을 소재로 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는데, 비교적 다양한 장르물을 공급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도 재벌 드라마가 등장했다.
2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글로벌 OTT 디즈니+가 1·2회를 공개한 ‘로얄로더’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재벌가 왕좌를 차지하고 인생 역전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는 과정을 다룬 누아르물이다.
‘로얄로더’ 1·2회는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주요 인물들의 배경과 이들의 관계를 주로 설명했다.
살인자 아버지를 뒀다는 이유로 주변의 편견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한태오(이재욱 분)는 혼자 어머니의 고향인 작은 도시로 이사해 같은 반 학생인 강인하(이준영)와 가까워진다. 인하는 강오그룹 회장의 혼외자라는 이유로 집안에서 찬밥 신세인 인물이다.
한태오는 성적이 국내 상위 0.1% 안에 드는 자기 능력으로 도와줄 테니 함께 강오그룹을 차지하자고 강인하에게 제안하고, 인하는 이를 받아들인다.
몇 년 뒤 두 사람은 나란히 명문대에 입학하고 강인하가 강오그룹에 들어갈 기회를 노린다. 이들 앞에 한태오의 경제학과 동기이자 어머니의 빚 때문에 고통을 겪는 나혜원(홍수주)이 나타나 두 사람의 계획에 동참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재벌가 사람들을 다소 과장해서 그린다.
강오그룹은 주말마다 가족이 ‘비선재’라는 이름의 건물에 모여 식사한다. 고등학생인 회장 막내딸이 셋째 오빠 강인하도 다음 식사 자리에 부르자고 말하자 경영권에 욕심을 내는 회장의 아내와 첫째 아들이 반대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회장은 중후한 목소리로 비서에게 “인하 녀석 스케줄 좀 알아봐”라고 말하고, 재벌가 가족들이 식사하는 동안 회장 곁에 서 있던 비서는 곧바로 정중하게 알겠다고 대답한다.
회장의 아내는 눈엣가시인 회장의 혼외자 강인하를 만나 “지금 누리는 것들 모두 누리고 살게 해 주겠다”고 회유하면서 ‘지분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권한다.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들이다.
다양성이 강점인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우 재벌 소재 드라마가 많지 않은 편이지만, TV 드라마에서는 재벌이 등장하는 작품을 찾기 어렵지 않다.
현재 방영 중인 SBS의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는 재벌이 형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수사물이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tvN의 ‘웨딩 임파서블’은 재벌인 친구와 위장 결혼하려다가 예비 시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단역 배우의 사연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가 계속 제작되는 이유는 꾸준히 시청자에게 사랑받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재벌X형사’는 지난달 24일 11.0%를 기록해 처음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금토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긴 것은 작년 7월 ‘악귀’ 이후 처음이다.
2022년에는 ‘재벌집 막내아들'(JTBC)이 최고 26.9%, 작년엔 재벌가 후계자의 로맨틱 코미디 ‘킹더랜드'(JTBC)가 최고 13.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재벌가의 이야기는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화려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재벌X형사’나 ‘킹더랜드’ 등 일부 드라마에선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범죄자를 재벌이 재력과 권력으로 응징해 통쾌감을 주기도 한다.
드라마가 재벌가를 비상식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흔하다. ‘재벌X형사’에선 재벌가 아들이 백화점을 통째로 빌려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웨딩 임파서블’에선 경영권을 두고 다투는 가족끼리 미행할 사람을 붙인다. 드라마 속 재벌가에는 대부분 혼외 자녀가 등장한다.
부정적인 묘사는 현실에서 벌어진 재벌가 일부의 비도덕적·탈법적 행태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장됐거나 근거가 빈약한 측면도 있고 시청자의 인식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무엇이든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고 물론 재벌도 소재로 다룰 수 있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치우친 모습만 다루다 보면 재벌이 실제보다 훨씬 나쁘게 여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로서는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보고 극적으로 과장된 내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시청하는 지혜로운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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