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 언니 장다아·’솔로지옥’ 신슬기 등 신예 대거 출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표를 많이 받은 순으로 A부터 D까지 각자 등급이 정해질 거야. 이건 이퀄(equal) 반 안에서의 서열이야.”
고등학교 학급 회의 시간에 반장이 칠판에 피라미드를 그리면서 반의 다른 학생들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학생들은 모두 익숙한 이야기라는 반응이지만, 얼마 전 새로 전학을 온 성수지(김지연 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반장의 설명이 끝나자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투표가 시작된다. 각자 자신을 제외한 반 안의 다른 사람 다섯 명에게 표를 줘야 하는데, 표가 많은 순서대로 A등급부터 D등급으로 나뉜다. 표를 받지 못한 사람은 F등급이 된다.
이렇게 나뉜 등급은 그대로 계급이 되고, 상위 등급에 속한 학생들은 F등급인 동급생을 무참하게 괴롭힌다. 아무 대비 없이 게임에 뛰어든 성수지는 첫 투표에서 F등급이 되고 고문에 가까운 괴롭힘에 시달린다.
티빙이 29일 1∼4회를 공개한 10부작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은 한 달에 한 번씩 학급 안의 서열을 정하기 위한 투표, 즉 피라미드 게임을 하는 백연여자고등학교 2학년 5반의 이야기를 다룬다.
군인인 아버지의 잦은 전근 때문에 수시로 전학하는 성수지는 백연여고에서도 금세 친구들 사이에 스며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하는 피라미드 게임 결과 왕따가 되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이 시작된다.
게임 직전까지 친근하게 굴던 친구들은 성수지가 F급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얼굴에 비닐을 씌워 숨을 쉬지 못하게 하거나 쓰레기봉투에 가두는 등 갖은 방법으로 괴롭히기 시작한다.
궁지에 몰린 성수지는 피라미드 게임이 누군가의 손에 치밀하게 설계됐음을 눈치챈다. 애초에 2학년 5반만 다른 반과 달리 별도의 건물에 교실이 있고 이 건물에만 폐쇄회로(CC)TV가 없어 증거가 남지 않는다.
게임의 배후에는 재벌가인 백연그룹의 후계자이면서 백연여고 이사장의 딸인 백하린(장다아)이 있었고, 백하린은 매번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면서 최상위층에 군림하고 있다.
성수지는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찬가지로 F등급인 명자은(류다인)과 손잡고 다른 학생들을 이간질해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려 하지만, 명자은은 다른 학생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런데 한 달 뒤 성수지가 참여한 두 번째 피라미드 게임에서 뜻밖에도 수지는 여러 표를 받아 F에서 벗어나 C등급이 된다.
성수지는 이에 안심한 채 학교생활을 이어가려 하지만, 한 달 동안 괴롭힘에 시달렸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르고 다음 투표에서 다시 F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에 떤다. 이에 성수지는 피라미드 게임을 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피라미드 게임’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학교폭력이 왜 벌어지는지, 왜 사라지지 않는지 알기 쉽게 설명하는 드라마다.
낮은 등급의 학생들은 자신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도 함부로 체제에 저항하지 못하고 친구가 괴롭힘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방관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함부로 상위 등급 학생의 눈 밖에 났다간 다음 달에는 내가 F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백하린은 이 모든 상황을 설계하고도 자신은 반 안에서의 지위만 누릴 뿐 직접 학생들을 괴롭히지 않고 뒤에서 상황을 즐기기만 한다. 이사장의 딸인 데다 표면적으로는 모범생인 만큼 그 어떤 불이익이나 제재에도 노출되지 않는다.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에 더해 젊은 신예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주인공 성수지 역할은 그룹 우주소녀 멤버 김지연(보나)이 맡았고, 상냥한 얼굴 뒤에 표독스러운 모습을 감춘 백하린은 아이브 장원영의 언니인 장다아가 연기했다.
이 밖에 넷플릭스 시리즈 ‘솔로지옥’ 시즌2에 출연했던 신슬기, 배우 강동현의 동생인 강나언,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류다빈, 드라마 ‘소년심판’과 ‘이로운 사기’ 등에 출연한 황현정 등이 같은 반 학생으로 출연한다.
다만 중반부에 접어든 4회까지 두 차례의 피라미드 게임이 진행되고 반 학생들의 면면이 소개되는 과정이 다소 느리게 전개돼 속도감 있는 전개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동명의 웹툰 원작을 드라마의 특성에 맞춰 각색했지만, 설정이 과장되고 어색하게 여겨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번거롭게 매달 투표로 피해자를 선발하는 설정이 일부 시청자에겐 지루하고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우려도 있다.
‘피라미드 게임’은 매주 금요일 2회씩 순차 공개돼 다음 달 21일에는 최종회까지 모두 베일을 벗는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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