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서 무녀 역…”굿 보러 다니고 경문 통째 외우며 준비”
“관객 수 비현실적으로 다가와…꽉 찬 객석에 뭉클”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영화 ‘파묘’는 예고편 공개 때부터 배우 김고은이 굿을 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게 된 사람들이 겪는 기이한 일을 그린 이 영화에서 젊은 무녀 화림 역을 맡았다.
서슬 퍼런 식칼을 든 채 신들린 듯 춤을 추다가 숱을 얼굴에 바르는 대살 굿 장면은 ‘파묘’의 백미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포스 있고 아우라 넘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역할을 어설프게 표현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26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고은은 화림 역을 준비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캐스팅이 확정된 뒤 몇 달간 ‘반(半) 무당’으로 살았다. 굿판을 기웃거리며 무당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혼을 부를 때 외는 경문을 통째로 달달 암기했다고 한다.
유명 무속인인 고춘자 씨의 며느리를 선생으로 모시고 그의 집에서 밥을 먹으며 굿의 과정을 배우기도 했다.
김고은은 “무속신앙을 잘 몰랐기 때문에 어색하게 표현할까 봐 걱정이 컸다”며 “아우라는 사소한 것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디테일한 동작을 특히 신경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굿을 하기 전 몸을 살짝 떤다거나 목을 꺾는 그런 것들이요. 휘파람은 왜 부는 건지, 징을 칠 때는 어떻게 채를 잡는지도 하나하나 선생님께 다 여쭤봤어요. 영상통화로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괜찮냐고도 물었죠. 하하.”
극 중 화림이 혼 부르기 의식을 치르는 장면 역시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 실감 나게 표현됐다.
“여기서 어설프면 끝이다”라고 생각했다는 김고은은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장면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워낙 중압감이 큰 데다 외워야 하는 대사와 동작이 많았던 탓에 무서움조차 느낄 틈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혹시나 (촬영하다가) 진짜로 신을 받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은 들었다고 했다. 그러자 자문해준 무당은 “우리 과는 아니다”라며 김고은을 안심시켰다.
이처럼 화림 역은 30대 여성 배우가 쉽사리 도전하기 쉬운 캐릭터가 아니지만, 김고은은 전혀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제게 역할을 제안해준 장 감독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유형의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가 많지도 않고 또 그걸 제가 맡기도 어렵잖아요. 더 다양한 역할에 절 불러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단정 짓지 않거든요. 제가 한계를 정해 놓으면, 실제로 한정적인 것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파묘’ 개봉 이후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그는 노력의 대가를 톡톡히 얻고 있다.
풍수사 상덕 역의 최민식, 장의사 영근 역의 유해진 등 선배 배우들과 단단한 사이가 된 것은 덤이다. 이들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가까워져 술잔을 기울인다고 한다.
김고은은 “보통 촬영 현장에선 낯간지러운 칭찬을 잘 안 하는데, ‘파묘’에선 한 테이크를 끝낼 때마다 선배님들이 좋았던 부분을 말씀해주셨다”면서 “제가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게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라며 웃었다.
작품 자체도 흥행하면서 김고은은 히트작에 대한 갈증도 채우게 됐다.
개봉 나흘째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은 윤제균 감독의 ‘영웅'(327만여 명)이다.
김고은은 “하루에 몇 명이 ‘파묘’를 봤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하는 의문이 든다”며 얼떨떨해했다.
“무대인사를 하러 극장에 들어가면 항상 객석이 꽉 차 있어요. 좋은 걸 넘어서서 뭉클하기까지 하더라고요. 저로서는 처음 듣는 숫자가 영화 스코어로 나오니까 놀랍기도 하고요. 이 기세를 몰아서 끝까지 잘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rambo@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