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식과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 ‘루시’는 대만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마약조직에서 운반책으로 일하던 루시(스칼렛 요한슨)가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뤽 베송 감독은 평소 최민식의 팬으로 그의 연기력에 반해 최민식을 ‘루시’에서 지하세계의 절대악과 같은 존재인 미스터 장 역으로 캐스팅한다.
극중 최민식은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야말로 열연을 펼쳐 한국의 게리 올드만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처럼 할리우드에서도 주목받았던 명배우 최민식이 최근 신작 ‘파묘’로 극장가를 찾았다.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오랜만에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뷰] ‘파묘’ 최민식 “용의주도한 장재현 감독을 믿었다”
“벽돌이 되자. 모자라지도, 튀지도 않게 딱 들어맞는 벽돌 한 장이 돼서 균형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데뷔 후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배우 최민식의 말이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제작 쇼박스)에는 풍수사, 장의사, 무당 등 전문가 군단이 총출동한다. 일각에서는 이들을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집단인 ‘어벤져스’에 빗대 ‘묘벤져스’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묘벤져스라는 단어를 듣고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각자 맡은 바 주특기가 다르기 때문에 튀어나온 벽돌이 되지 않으려고 했다”고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22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면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그의 파트너 봉림(이동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작품이다.
“상덕과 영근은 몇 십 년을 함께했고, 화림은 이들에게 일을 물어다 주는 상생 관계죠. 오랫동안 협업해온 사이인 만큼 친근함이 중요했는데, 넷이서 리딩하고 술도 마시면서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넷다 푼수거든요. 하하.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장재현 감독에 대한 믿음…”가치관을 존중하고 따라가”
‘파묘’는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웰메이드 오컬트 작품을 선보연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 때문에 영화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민식은 “전작들을 잘 봐서 장재현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가는지 관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실제 경험한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용의주도하고 집요했다”고 했다.
“취재를 엄청나게 했더라고요.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죠.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지시하는 걸 보면 믿음이 갔어요.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해 나가는 디테일이 강한 감독입니다. 든든한 마음이 들었고, 경력에 비해 작품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마인드나 행동도 완성도가 높았죠.”
극중 최민식은 조선 팔도 땅을 찾고 땅을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을 연기했다. 무당 화림을 통해 거액의 이장 제안을 받지만 ‘악지’에 자리한 묘에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이를 거절한다. 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파묘를 시작하고, 불길한 일에 휘말린다.
여러 작품에서 한 인물의 인생이 묻어 나오는 연기를 펼쳤던 최민식은 ‘파묘’에서도 40년 경력의 풍수사로 연기 내공을 펼쳤다. 늘 그래왔듯 최민식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몇 달 만에 어떻게 40년 경력의 깊이를 표현했겠냐”면서도 최민식은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살았던 사람인 만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시선은 깊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장재현 감독의 CG(컴퓨터 그래픽)를 최소화한 촬영 현장도 최민식을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장 감독은 하늘을 떠다니는 도깨비불을 실제로 만들어 하늘에 띄었다. 최민식은 “우스갯소리로 과학기술을 이용해야지”라고 했지만, 실제 하늘에 떠다니는 도깨비불을 보고 “감정이 잘 잡혔다”고 돌이켰다.
“장재현 감독의 그런 뚝심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뭐든지 해주고 싶었죠. 막냇동생 같은 마음에 ‘원 없이 해봐라’라는 느낌이었습니다.(웃음)”
“장 감독이 ‘선배님, 우리 땅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처음 들어본 이야기였어요. 뭔 소리인가 싶다가 사람 몸에 혈자리가 있듯이 땅에도 혈자리가 있다는 거예요. 이 땅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싶다는 감독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동의하고 따라갔죠.”
● “나이 먹기 전에 멜로도”…여전한 연기 욕심
올해로 데뷔 35년차인 최민식은 상덕과 마찬가지로 배우라는 한 길을 파고들었다. ‘원동력’을 묻자 “닭살 돋고 그렇다”면서도 “아직까지 (연기를)사랑하나 보다”고 미소 지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해왔고, 할 줄 아는 게 이거 밖에 없어요. 이거라도 제대로 해야 밥 벌어먹잖아요. 어떤 때는 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해요. 환갑 넘을 때까지 한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에 대견하기도 하고 ‘잘 버텼네~’라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최민식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오히려 더 심해진다”면서 “나이 먹기 전에 멜로도 하고 싶다”고 웃었다.
최근 신구, 박근형이 주연으로 나선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나서 “눈물이 났다”던 최민식은 “어릴 때는 이해 못 했던 내용인데, 나이가 드니까 쏙쏙 들어오더라. 선생님의 대사가 너무 잘 들렸다. 감동적이었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나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연극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도 내비쳤다.
“상투적일 수 있지만 저는 ‘쟤 참 오래 한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배우로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제 바람입니다. 명예퇴직한 친구들을 만나면 ‘넌 너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잖아’라고 말해요. ‘우리 앞에서 인상 쓰지마’라는 소리에 찍소리도 못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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