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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박이’ 아닌 유일무이 김범수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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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지 머리를 질끈 묶고 민트색 니트에 매치한 카디건이 멋스러웠다. 오랜 만에 돌아온 가수 김범수에게 예술가적 면모가 물씬 느껴졌다.

김범수는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정규 9집 ‘여행’ 발매 기념 인터뷰에 나서, 새 앨범과 데뷔 25주년 가수 인생을 되짚었다. ‘여행’은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HIM'(힘) 이후 김범수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앨범으로,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범수의 음악적 깊이와 스펙트럼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지난 8집을 통해 R&B, 힙합 장르 등 김범수의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도전을 담아냈다면, 이번 신보는 보컬리스트 김범수에 초점을 맞췄다. 김범수의 기획과 참여가 들어가되 많은 창작자들과 협업해 가장 잘 어울리고 좋은 곡을 받았다. 그리고 그 곡을 김범수 고유의 보컬로 표현해냈다.

“지금까지 꾸준히 제 앨범에 대한 참여도가 조금씩 늘고 있어요. 직접 곡과 가사를 써본 게 정규 8집인데, 싱어송라이터와 보컬리스트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죠. 곡도 써보고 가사도 써 보며 느낀건 좋은 노래를 내 것으로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저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정규 8집에는 하고 싶었던 음악적 색깔이 많이 들어갔다면, 이번 정규 9집은 좋은 곡을 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보컬리스트로 돌아왔기 때문에 조금 색깔이 다르지 않을까 싶어요.

김범수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 등 국내 남자 4대 보컬을 칭하는 줄임말)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부담이라고 했다. 김범수는 “정말 감사하게도 이렇게 불러주신다. 너무 큰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지만, 수식어가 커지며 그 무게감이 너무 느껴지더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힘이 들어가서 망치는 무대가 많아지기도 했어요. 그냥 무대를 하면 되는데 ‘김나박이’라고 하니 뭔가 더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감사하지만 이 수식어를 놓고 가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수식어를 스스로 내려놓는데까지 1년~2년 걸린 것 같아요. 꼭 ‘김나박이’ 뿐 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업적 등이 짐처럼 무게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내려놓고 작업 하려고 했습니다.”

이번 김범수의 정규 9집에는 보기 힘든 두 명의 남자 배우가 뮤직비디오에 참여해 큰 화제가 됐다. 먼저, 선공개 곡 ‘그대의 세계’에는 배우 현빈이 출연했다. “현빈 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지는 않아요. 그래도 현빈 씨는 제가 부른 드라마 OST의 남자 주인공이라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는 건 있었죠. 감사하게도 현빈 씨가 결혼식에 저를 축가로 불러주셔서 기꺼이 가창했었고, 그러면서 친분이 생겼어요. 이번에 새 앨범이 나오게 되어서 염치 불고하고 출연을 부탁드렸습니다.”

타이틀곡 ‘여행’에서 열연한 배우 유연석에 대해서는 “유연석은 더 연이 없었는데, 함께 작업한 피노미노츠라는 프로듀서가 개인적으로 유연석과 친분이 있었다”며 “전부터 제 공연을 종종 오시고 노래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여행’ 작업을 하며 이미지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듀서를 통해 요청을 드리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25주년을 맞은 김범수는 ‘후회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너무 많았다. 돌아보면 실수투성이였다”고 했다. “5년 전 쯤 목이 심하게 안 좋아서 공연 당일에 공연을 취소하게 되는 일이 트라우마가 되기도 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며 스스로 치유가 많이 됐고, 자신감도 생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보컬리스트로서 25년을 살면서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보컬리스트로서의 고민은 지금까지도 매일 하는 고민 중 하나에요. 최근 또래 동료들이 공통으로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들을 해요. 정답은 없는 거 같아요. 제가 내린 답은 우리가 시대를 잘 타고나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었고, 우리가 해야할 일을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요. 앨범이 잘 되면 좋겠지만, 잘 되는 것 보다 내가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또 대중에게 김범수라는 가수가 25년 동안 노래하고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데뷔 25주년의 김범수는 조용필과 패티김처럼 앞으로도 음악과 함께 걷고 싶다고 했다. 한 가지를 오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일편단심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시작할 때도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늘 있었어요. 그래도 결국 오랜 시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노래만큼 잘 할 수 있는게 없었더라고요. 조용필, 패티김 선배님들처럼 노래만 하다가 은퇴하는 그런 모습으로 살고 싶은 생각입니다.”

이번 김범수 타이틀곡 ‘여행’은 김범수가 아티스트 김범수로 걸어온 길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함축적으로 녹여낸 곡으로,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작사와 작곡, 편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범수는 가사가 가진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발성과 창법으로 대중에게 기존 음악들보다 편안한 매력의 음악을 선사한다.

김범수 정규 9집 ‘여행’은 이날 오후 6시 발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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