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음반 ‘더 위닝’…”대형 스타로의 전환 과정”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한때는 꽃으로 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삶도 있지 않을까. 우린 꼭 꽃이어야만 할까.
지난 20일 발매된 아이유의 미니음반 ‘더 위닝'(The Winning)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혹시 나의 안부를 묻는 누군가 있거든 전해줘 / 걔는 홀씨가 됐다구…’ 홀씨라고 나쁠 게 뭐가 있지? 멋진 홀씨로 살면 된다.
‘더 위닝’은 다소 초라한 존재여도 욕망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당당하게 홀씨로서의 승리를 이루라고.
아이유는 그간 자신의 나이를 중심으로 그 당시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음반에 담아내 대중의 공감을 샀다.
2년 2개월 전 선보인 전작 ‘조각집’에선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는데, 사랑하는 이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맞이하는 첫 1년의 이야기였다.
이번 음반은 아이유가 전작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가볍게 날아올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음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30대는 나랑 정말 잘 맞는 나이”라며 “10대, 20대 때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과 쾌적함을 많이 느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30대에 비로소 진짜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와 청자들에게 ‘마음껏 욕망하자’고 전하고 있는 셈이다.
더블 타이틀곡인 ‘쇼퍼'(Shopper)와 ‘홀씨’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곡이지만 주제는 아이유가 말하는 ‘승리’와 일치한다.
작사를 맡은 아이유는 그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당당하게 원해라, 설사 홀씨일지라도 당신만의 욕망을 이어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원하는 것을 쓸어 담는 쇼핑객들, 훨훨 나부끼는 홀씨들을 통해 주제를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이번 음반의 눈에 띄는 특징은 주제 의식과 노래 양식 면에서 기존보다 규모를 키워 ‘대형 팝스타’로의 전환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곡의 장르를 봐도 ‘쇼퍼’는 일렉트로 팝 록, ‘홀씨’는 힙합과 R&B 기반의 팝,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은 화려한 심포니의 발라드 등 다양하게 폭을 넓혔다.
메시지 상으로는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치우쳐 있던 지난 음반들과 달리 보편적인 희망을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번 작품은 테일러 스위프트나 비욘세와 같은 팝스타의 위상을 갖추려고 노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유의 경력이 응축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선공개곡인 ‘러브 윈스 올’도 ‘혐오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자’는 거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아이유는 이 곡에 대해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며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다만 “음악적으로 혁신적인 스텝 업(step up)이 없는 상황에서 메시지만 거창해지다 보니 모두를 포용하는 공감을 사는 음악은 잃은 것 같다”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이번 음반은 아이유가 가지고 있는 가요계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는 작업물이기도 하다.
특히 수록곡 ‘쉬'(Shh..)의 참여진을 보면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유만의 독특한 영향력이 드러난다.
아이유는 은퇴를 선언한 원조 디바 패티김에서부터 싱어송라이터 조원선, 뉴진스 혜인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각 세대의 대표들을 끌어모았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유가 미국에 있는 패티김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내레이션을 부탁했고, 패티김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아울러 마지막 트랙인 ‘관객이 될게’는 데뷔 초기의 담백한 아이유를 떠올리게 하는 음원으로 평가받으며 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귀에 콕 박히는 멜로디는 없어도 수록곡 전곡이 각각의 상징성 또는 매력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더 위닝’은 발매 직후 모든 수록곡이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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